서설
서설 ·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판매자
2023/04/15
1.
글 쓰기에 앞서, 조금 지친 저를 응원해 준 문장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가이브러쉬 님 @guybrush 의 댓글이었는데요.
이 댓글을 어떤 의도로 쓰셨는지 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여기에 해설이 덧붙여지면 조금 멋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이전과 이후의 가이브러쉬 님과 어떤 인연이었고 어떻게 될지 몰라도, 이 문장을 기억할겁니다.
이때 저는 조금 지쳐있기도 했고, 나의 글쓰기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순간에 쓴 글이었거든요.
단지 두 문장의 댓글일 뿐인데도요.

2.
일부러 나섰습니다. 글을 읽고, 소통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사람이라 더 그러하였습니다. 누가 보기에는 참 잔인한 일이고, 누가 보기엔 사람 죽이는 일이겠지요.

문장은 구원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한다 하였습니다. 그것이 구원이거나 칼이 되거나, 아름답기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적어도 그 자신이 온전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적으로 예쁘고 정갈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묘사와 은유로 꾸밈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제가 배운 가르침으로는, 적어도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 적어도 공개된 결과물을 함부로 비하하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순간, 그 작품으로 영향 받은 모든 이를 모욕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3.
저의 고민은, 이 순간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돌아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대상이 영화이거나, 노래이거나, 일상이거나, 남의 글을 베껴다 태연하게 써올리는 사람이거나.

언젠가 후회하더라도 지우지 말고, 다음으로 이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쓰자.
그렇기에 저는 의도적으로 알아듣기 쉬운 문장으로만 구성하기도 하고, 맥락을 파고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씁니다.

글의 기준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것을 타인에게 두는 순간 괴로움은 시작됩니다.
적어도 한 순간은 머무르고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내 안에서 글이 제발 써달라고, 이 문장을 말해달라는 시기까지 억누릅니다.
저는 이 시간이 짧을 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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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먹고 사는 재주가 있는 사람입니다. 재미있어 보이면 덤벼들고, 갈 수 있는 곳까지 파고듭니다. 어쩐지 어디서 읽었다 싶은 글이면 그거 쓴 것도 저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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