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새벽배송 저도 참 좋아합니다만 ㅣ 조용하지만 시끄러운

나애슬
나애슬 · 오디오 콘텐츠를 만듭니다
2023/12/11
빠르고 편리한 세상 속 감춰진 그림자

소비에 계획적이지 않은 나는 항상 무언가가 떨어지기 직전에 물건을 사는 편이다. 그래서 총알 배송이 없던 시절에는 하루 이틀 정도 물건이 떨어진 채로 살았다. 당연히 불편했지만 부지런 떨지 않은 것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핑계일 수도 있지만 부족함의 여백이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자정 전까지만 구매하면 다음 날 바로 배송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밑바닥에 조금 남은 클렌징 오일을 짜내쓰고, 쿠X으로 잠들기 직전 오일을 구입했다. 그리곤 오늘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문앞에 놓여있는 클렌징 오일을 받아 깨끗히 씻었다. 오늘 밤에는 또 커피 캡슐이 떨어져서 내일 배송을 시켰다. 
전날 밤 11시까지 구매하면 다음 날 7시 전 식료품을 배송해주는 쇼핑몰도 일주일에 두 세번씩 애용하고 있다. 대부분 아이 이유식 재료와 우리 부부가 간단히 끼니를 떼울 밀키트다. 공산품은 몰라도 식료품 같은 경우는 직접 사고 요리하는 것을 선호했던 나지만 이젠 아이를 키우느라 그럴 시간도 없다. 잠이 들어 컬X도 못 시킨 날에는 배달 앱을 이용한다. 만약 이러한 서비스가 없었다면 나는 아이를 데리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가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시 집으로 와야했을 것이고, 화장품이 떨어졌다면 1km 떨어져 있는 올XX영에 가야 했을 것이다. 
이렇듯 총알배송의 엄청난 수혜자이지만 사실 나는 결제할 때마다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며 이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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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을 전공했으나 글쓰기 기술은 빈약하고 하고싶은 말만 희미하게 남았어요. 투박하지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 차곡차곡 담아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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