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꽃 감상 커리큘럼

유태하
유태하 · 창작중
2024/04/02
직접 촬영
4월이 오면 풍성하게 매달린 꽃송이만 쳐다보고 있어도 하루가 아깝다. 봄꽃이 새벽의 찬 햇살과 함께 깃들어 눈에 들어오면 이제서야 한 해가 출발한 것 같고, 푸른 하늘과 함께하는 정오의 꽃을 감상하고 있으면 앞으로 모든 일이 잘 되어가리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한 것 같다. 저녁의 가로등에 비쳐 탁한 빛 섞인 꽃나무는 반나절 전과는 상반된 침착한 감상을 떠오르게 한다. 
 "꽃송이째 떨어지는 벚꽃은 새들이 꿀을 빨아 먹고 떨어뜨리는 거야."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뒤 길을 걷다가 눈 앞에 벚꽃 꽃송이가 부자연스럽게 툭툭 떨어지는 걸 봤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가린 키 큰 벚꽃나무를 올려다 보았고, 참새가 부지런히 꽃을 따고 있는 걸 목격했다. 꿀이나 뭔가를 먹고 있는 게 맞을까? 싶을 만큼 꽃 떨어지는 간격이 빨랐다. 먹을 게 귀한 겨울에 오들오들 버티던 참새가 봄을 맞아 한 마리당 1년은 먹어도 될 만한 풍성한 식량을 만났으니, 반 정도는 즐겁게 탕진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상상을 했다. 돌아오는 연어 떼를 만나 횡재한 곰이 맛이 좋은 눈알이나 좋아하는 부위만 먹는 것 처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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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람의 정서적 훈련과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친족성폭력 트라우마 회복 에세이 <기록토끼>, 첫 글에 게시하는 중입니다. whitepoodlelov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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