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와줄래
이만큼 가까이 와줄래 - 정세랑 <이만큼 가까이>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후반까지의 시간은 내게 없었던 거나 다름없다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내 인생에 그 시간을 송두리째 들어내도 지금의 나와는 별로 달라질 게 없었을 거라고. 그 시간들은 내게 기억나지도 않고 또 추억되지도 않는 시간들이다. 무채색 혹은 단순히 '무(無)'라고 표현되어도 딱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내가 잊어야할 만큼 나쁜 기억들이 존재했던 시간들은 아니다. 그 시간들 동안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공부를 '조금'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고, 열심히 먹었고 또 연애를 하기도 했다. 그러니 송두리째 들어내도 아무 상관없었을 거라는 내 생각은 사실 틀렸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되기에 그 시간들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내게는 그 시절이,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란 느낌을 주는 것이다. 살아있는 나, 나 같은 나, 지금의 나는, 그 이후부터 만들어진 것 같다.
'정세랑'의 소설 [이만큼 가까이]는, 그런 나와는 정 반대의 입장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에게는 내가 '없었다'고 생각한 그 시간이, '없을 수는 없는', '도무지 지울 수 없는', 강한 시간들이며 존재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다.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여섯명의 친구들은, 각자의 특성을 인정하고 그렇게 어울리며 친해진다. 친구들과 일상속에 작은 일들을 공유하면서 또한 첫사랑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게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들을 쌓아나가다가, 치명적인 아픔을 겪게도 되고. 그 아픔과 상처 때문에 온전히 건강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 함께했던 친구들은 따로 또 같이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물론 중간에 누군가는 사라져야 했고 또 누군가는 무너져가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시간들이 또 그 친구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그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