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경성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3/11/06
안창남의 비행기 금강호(동아일보)

비행기와 경성

如鳥如雲葉 새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한데
非空莫可支 공중에서도 지지하지 못함이 아니네.
仰同天下目 천하 눈들이 함께 올려다보아도
理小世間知 세속의 지혜로는 이해하기 어렵도다.
   
1923년 <동아일보> 현상공모에서 상병(賞丙, 3등)으로 뽑힌 이 한시의 제목은 ‘비행기(飛行機)’이다. 작자인 한태규의 이력은 현재 파악이 어렵지만, 한문교양을 갖춘 지식계층 인사로 추정된다. 1연과 2연이 비행기가 비행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면 3연과 4연은 그 비행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어 흥미롭다.

 ‘천하 눈들이 함께 올려다보아도’라는 구절에서는 당대 근대문명의 최첨단에 위치한 비행기라는 기계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군중이 연상되며, ‘세속의 지혜로는 이해하기 어렵도다’라는 표현에서는 이 낯선 기계(기술)의 위력을 목도한 작자의 당혹감이 전달된다. 전통적 교양을 갖춘 지식인인 작자는 비행기를 접한 감상을 한시라는 고급한 양식으로 풀어낼 수는 있었지만, 그 기계(기술)의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와 ‘비행술’이라는 이 신기술이 지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자들 모두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예감이 작자로 하여금 이 한시를 짓고 또 현상공모에 투고까지 하도록 추동했을 것이다.

비행(기)의 원리가 ‘세속의 지혜’로는 파악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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