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거나, 관계를 맺거나 : 비판인문학 120년사 (1) 1900~1910년: 정신분석학과 사회학의 태동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3/23

 (1) 1900~1910년: 정신분석학과 사회학의 태동
▲ 1908년 5월 24일자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잔느 베버라는 여인이 자신의 아들을 끔찍하게 죽인 그림이 게재됐다. 이 여인은 나중에 조카 3명을 살해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으나 사형당하지 않고, 정신이상을 이유로 병동에 오랫동안 감금되었다. 프랑스 정신분석학계에서는 이 새로운 유형의 사건을 놓고 수많은 논쟁을 벌였다.

     1900~1910년의 인문학은 바로 전(前) 세기의 1, 2차 산업혁명 및 제국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8세기 후반, 전기와 증기기관의 발명을 계기로 본격화한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획기적인 진전과 일상적 삶의 전환을 가져왔다. 1900년 파리의 만국박람회는 당시의 놀라운 산업기술을 잘 보여주었다. 이 무렵 선보인 영사기, 전화기와 자동차는 새로운 시대의 등장을 알렸다. 1903년, 최초의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때부터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난 100년은 우리 인류에게 있어 오만함에 대한 반성의 세기(世紀)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 스스로 자신이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특출한 능력을 지닌 최고의 존재라고 믿다가 그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사유와 반성의 담론들을 쏟아낸 시기인 것이다. 1, 2차 산업혁명과 근대국가의 등장 이후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이 신의 전지전능함을 대신했으나, 곧 그 정당성을 위협받았다. 공교롭게도 20세기는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인간의 의지를 강조했던 프리드리히 니체의 죽음(1900), 그리고 인간의 나약한 정신세계를 탐구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1900)의 발표와 함께 시작됐다. 1900년을 기점으로 ‘신의 죽음’과 함께 ‘인간의 재탄생’이 본격화됐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그리고 21세기의 문턱을 넘은 지금까지 인문학에서는 줄곧 인간을 연구 담론의 중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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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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