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02/28
1만 명에 달하는 기형아 출산을 야기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탈리도마이드는 의약품 역사상 최악의 부작용을 일으킨 저주받은 의약품으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는 곧 수면제나 진정제 이외의 다른 약리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어 새로운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탈리도마이드의 부활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을까?

탈리도마이드의 한센병 치료 효과

이스라엘의 의사 제이콥 세스킨 (Jacob Sheskin) 은 1964년 심한 통증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중년의 남성 한센병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를 처방하였다. 탈리도마이드의 덕에 환자는 통증 없이 숙면을 취했다. 그런데 며칠 후 나성 결절홍반 (ENL:erythema nodosum leprosum) 이라는 나종 한센병의 특징인 피부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후 다른 6명의 환자에게 탈리도마이드를 투여해 본 결과 이들 역시 급격히 증상이 호전되었다. 세스킨은 이 발견을 1965년 논문으로 최초 보고하였다. 이후 1966년 17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탈리도마이드와 위약을 처리한 이중 맹검 시험이 이루어졌다. 탈리도마이드를 처방받은 시험군에서는 91.76% 의 환자가 증상이 호전된 반면, 위약군에서는 증상 호전이 27.3%, 증상에 변화가 없는 환자가 50%, 악화된 환자가 22.7% 로써 탈리도마이드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후에 국제보건기구 (WHO) 주관으로 탈리도마이드와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 시험이 진행되었고, 이 결과가 1971년 보고되었다. 탈리도마이드는 아스피린에 비해서 ENL 증상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재차 확인되었으나, 신경이나 내부 손상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효과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탈리도마이드는 한센병 치료에 다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98년 미국 FDA 는 나성 결절홍반을 유발하는 한센병 치료를 위해 탈리도마이드의 사용을 허가하였고, 2012년 일본 역시 탈리도마이드를 ENL 치료에 사용하도록 허가하였다.

그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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