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에서 단백질 표적분해까지] 1. 탈리도마이드의 탄생

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02/20
탈리도마이드 (thalidomide) 라는 약을 알고 있는가? 의약품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생소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사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1960년대 임산부에 대한 입덧 해소제, 수면제 등으로 널리 판매되었다가 수만 명의 기형아 출산, 유산의 원인이 되어 큰 사회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된 약물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경향신문 1962년 8월 16일자,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그림 1. 1960년대의 탈리도마이드 사태는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켰으며, 탈리도마이드가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한국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탈리도마이드 사태’ 는 단순히 큰 피해를 낸 의약품 사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의약품의 개발 및 인허가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즉 전임상 연구 (preclinical study) 를 거쳐 약물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면밀히 연구하고, 임상시험허가를 받아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고 정부 당국 (식품의약품안전청) 의 허가를 받아야만 약물로 판매할 수 있는 현재의 의약품 인허가 체제가 확립되게 된 계기 자체가 바로 탈리도마이드 사태이다.

탈리도마이드의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큰 참사를 일으킨 저주받은 약물로 낙인찍히고 사라져서 끝나지 않았다는데서 더 극적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70년대 이후 나병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한적으로 쓰이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이후 다발성 골수종 등의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정도가 아니라  탈리도마이드의 유도체인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상품명 레블리미드)는 골수종 치료제로써 널리 쓰이면서 2021년 121억 달러 (16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었다. 

그리고 탈리도마이드가 실제로 어떻게 약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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