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에서 단백질 표적분해까지] 1. 탈리도마이드의 탄생
‘탈리도마이드 사태’ 는 단순히 큰 피해를 낸 의약품 사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의약품의 개발 및 인허가 과정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즉 전임상 연구 (preclinical study) 를 거쳐 약물 후보물질의 효능과 독성을 면밀히 연구하고, 임상시험허가를 받아 인간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받고 정부 당국 (식품의약품안전청) 의 허가를 받아야만 약물로 판매할 수 있는 현재의 의약품 인허가 체제가 확립되게 된 계기 자체가 바로 탈리도마이드 사태이다.
탈리도마이드의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큰 참사를 일으킨 저주받은 약물로 낙인찍히고 사라져서 끝나지 않았다는데서 더 극적이다. 탈리도마이드는 1970년대 이후 나병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한적으로 쓰이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이후 다발성 골수종 등의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간간히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정도가 아니라 탈리도마이드의 유도체인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상품명 레블리미드)는 골수종 치료제로써 널리 쓰이면서 2021년 121억 달러 (16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약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