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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SO]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입니다
2023/11/29
<얼룩소> 참여형 콘텐츠 '질문받SO'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32) 씨는 올해 딸 ‘라니’를 낳았습니다. 모든 매체에서 라니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곧 라니가 태어난지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라니가 무럭무럭 자라 어린이가 되면 김규진 씨 부부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요. 어떤 말 일까요? 김규진 씨에게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 보세요. (~12월 1일까지)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저를 소개한 지 4년쯤 됐습니다. 본업은 마케터인데, 부업으로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썼고 가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대중에게 알려진 사건이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결혼, 또 다른 하나는 출산이지요. 흔한 개인사인데, 아무래도 제가 레즈비언이기 때문에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는 저의 와이프 김세연이 있고, 최근에 출산해서 3개월 된 딸 ‘라니’(태명)가 있습니다.
라니를 낳은 후 와이프와 관계가 조금 더 돈독해진 것 같습니다. 동료애가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양육이라는 하나의 강력한 공통 목표가 생겼으니까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커졌습니다.
🎤 출산을 발표했을 때 주위 반응이 궁금한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었나요?
저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거든요. 동성 부부가 아이를 낳겠다고 하면 깜짝 놀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이인 아빠가 의외로 놀라기 보다 “규진이가 즐겁고 재밌게 살면 OK다!”라고 지지해줬습니다. 깜짝 놀랄 거로 생각하고 출산하겠다고 한건데 그냥 덤덤하게 축하해 주니까 오히려 더 신기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이 출산한다는 게 흔한 일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아무래도 “(임신을) 어떻게?”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축하한다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던 거죠.
프랑스는 퀴어 가족이 워낙 많으니까 임신 발표를 해도 크게 놀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인공수정을 알아보던 당시 프랑스에서 재직 중이었는데, 임신 소식을 동료에게 알렸을 때 다들 동성 부부가 어떻게 출산을 한 건지 묻거나 따지지 않고 ‘너무 축하한다’는 한 마디로 깔끔하게 끝났던 기억이 나네요.
🎤 태명은 왜 ‘라니’인가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저도 와이프도 꿈을 잘 안 꿉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임신하고 한 번도 태몽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나중에 해줄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생각하던 중 초음파를 처음으로 보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어요. 태몽 비슷한 걸 꾼 것 같은데, 초음파 결과를 보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한 거죠. 건강하게 임신이 된 걸 확인하고 친구에게 태몽을 들었어요.
친구가 전날 꿈에서 큰 온실에 들어갔는데 잎은 서양란이고 꽃은 동양란인 난초를 봤대요. 아이를 가질 때 서양인의 정자를 기증받았는데, 마침 친구 꿈에 서양란과 동양란이 섞인 모양의 난초가 나왔잖아요. 태몽이 그럴싸 하게 느껴졌습니다. 귀여운 얼굴과 큰 신체조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것 같은 상서로운 느낌이라 태몽이 좋았어요. 난초 꿈이니까, 라니(난이, 란이)로 태명을 채택했습니다.
🎤 출산이 기사화 된 후 '아이가 받을 차별'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떤 차별이 기억나세요? 또 그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태어나서 이렇게 생판 모르는 사람 수만 명에게 걱정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는데요, 대부분은 들여다보면 걱정을 빙자한 차별이었죠. 예를 들면 '미래에 아이가 차별받을 게 분명한데 어쩌려고 애를 낳았냐'는 논조의 댓글이 많았는데 그냥 본인이 차별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의아했습니다. 정말로 아이의 미래를 염려하는 거라면 말을 삼가거나 사회가 허용적으로 변하는 데에 일조했을 텐데요.
한 편, '아빠가 없는데 어쩔 것이냐'는 다른 흔한 댓글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이미 이 사회에 아빠가 없는 아이가 많은 걸 모르는 건가? 싶었어요. 한부모 가족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는데요. 또, 어떤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만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면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저소득가정, 장애인 가정 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말을 하는 본인들은 완벽한 양육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지? 걱정을 빙자한 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 편, '아빠가 없는데 어쩔 것이냐'는 다른 흔한 댓글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이미 이 사회에 아빠가 없는 아이가 많은 걸 모르는 건가? 싶었어요. 한부모 가족은 이미 너무나도 많이 존재하는데요. 또, 어떤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만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면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저소득가정, 장애인 가정 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 말을 하는 본인들은 완벽한 양육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지? 걱정을 빙자한 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질문받SO 김규진 편 댓글 당첨자
@asha.seoyo @가넷
두 분께서는 아래 메일 주소로 휴대폰 번호를 보내주세요. dan@alookso.com 기프티콘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12월 15일까지 보내주세요)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모모
게이 친구들에게 기증 받는 것도 고민해봤고, 익명 기증으로는 스페인이나 북유럽 클리닉도 유명하다고 해서 검색해본 기억이 납니다. 결국엔 다니던 프랑스 병원에서 연락처를 받은 벨기에 병원으로 가게 되었네요.
몇 년 후가 될 듯 하지만 저희 커플도 결혼과 아이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혹시 정자 기증으로 프랑스, 벨기에 외의 국가는 생각해 보신 곳이 없으신가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규진님 부부가 제 롤모델입니다.ㅎㅎㅎ
@zonzo0070
노래에는 큰 감흥이 없고, 오히려 엄마들이 튤립북의 동요에 중독되고 있습니다. 쏘옥쏙쏙 방울 빙글빙글 방울 여기저기 무지개. 라니는 토끼띠라서 그런지 토끼를 아주 좋아합니다! 기저귀 갈이대에 달아놓은 초록미피가 최애템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아줄 때 미피를 보며 사지를 버둥대며 반가워합니다. 매일 봐도 좋은가봐요! 그 외 무지개토끼인형과 토끼무늬쿠션도 항상 빤히 쳐다보곤 합니다.
🎤 정답은? 미안해 🙏입니다!
🗣️ 달리 미안하다기 보다는 나중에 커서 인터뷰 등을 보았을 때 “아니 이렇게 입만 나불나불 했단 말이야?” 라고 왠지 생각할 것 같아서요. 딸 입장에서는 부모의 못난 면도 많이 보게 될 거 아니에요. 지금은 인터뷰 하면서 막 출산 후에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하고, 딸을 위해서 이민까지 갈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라니 입장에서 그런 부분이 조금 가증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라니 최신 근황이 궁금해요!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노래가 있는지 공유 가능한 에피소드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오혜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또 갑자기 프린스턴에 보내면 어떨지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지현
가장 중요했던 건 우리가 정말 한 생명을 책임지고 기를 준비와 결심이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동성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기르는 건 원래 삶이 급격히 바뀌는 일이잖아요. 저희 부부 둘 다 결단력 있는 편이고 특히나 와이프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자의 경우, 저희 부부는 병원을 통한 무작위 무상 기증을 받았습니다. 키 크고 아름답고 스마트하고 머리숱 빽빽하며 다정한 만능 스포츠맨의 기증을 받고 싶은 마음, 물론 있었습니다만 법적 문제나 아이와의 관계, 기증 절차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였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내년에 출간 예정인 책을 기대해 주세요!
@Handmade
제가 재학생일 당시 레즈비언 졸업생분들이 홈커밍에 잘 오지 않아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 가능하면 매년 참석해 보려고요. 내년에 봅시다!
@이린
해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 수정을 하려면 교통비-체류비-의료비가 드는데요, 저는 운 좋게 마침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중이었어서 딱 의료비만 내면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했다면 돈 한 푼도 들이지 않았겠지만, 정자은행에 정자가 부족하여 벨기에의 클리닉에서 인공 수정을 했는데요, 심리상담 2회차 + 진료비 + IU 1회까지 총 1,000유로 정도가 들었습니다. 각종 산전 검사는 프랑스에서 보험처리를 해서 가능한 금액이죠. 한국에서 인공수정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적게 나왔네요.
🎤 정답은? 미안해 🙏입니다!
🗣️ 달리 미안하다기 보다는 나중에 커서 인터뷰 등을 보았을 때 “아니 이렇게 입만 나불나불 했단 말이야?” 라고 왠지 생각할 것 같아서요. 딸 입장에서는 부모의 못난 면도 많이 보게 될 거 아니에요. 지금은 인터뷰 하면서 막 출산 후에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하고, 딸을 위해서 이민까지 갈거라고 했는데, 나중에 라니 입장에서 그런 부분이 조금 가증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sha.seoyo
고양이들과 라니는 아직 서로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한 번 인사 시키려고 페퍼를 들어서 가까이 두니까 몸을 쭉 빼더라고요. 연약한 생명인 걸 아는 걸까? 하고 추측해 보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아기 발 위에 꼬리를 올리거나 하는 귀여운 장면이 연출됩니다.
라니의 탄생으로 부모님(특히 엄마)과 급격히 사이가 가까워졌는데요, 라니가 외할머니를 정말 많이 닮아서 신경쓰여하는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마가 저에게 다시 말을 붙일 계기를 찾고 있지 않았나 합니다. 의절하자 했다가 갑자기 잘해주는 것도 민망하잖아요. 손주의 탄생은 다시 소통하기 딱 알맞은 명분인 거죠. 물론 저만의 생각입니다.
@홍지현
가장 중요했던 건 우리가 정말 한 생명을 책임지고 기를 준비와 결심이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동성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기르는 건 원래 삶이 급격히 바뀌는 일이잖아요. 저희 부부 둘 다 결단력 있는 편이고 특히나 와이프는 낙천적인 성격이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자의 경우, 저희 부부는 병원을 통한 무작위 무상 기증을 받았습니다. 키 크고 아름답고 스마트하고 머리숱 빽빽하며 다정한 만능 스포츠맨의 기증을 받고 싶은 마음, 물론 있었습니다만 법적 문제나 아이와의 관계, 기증 절차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였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내년에 출간 예정인 책을 기대해 주세요!
@kimhn0617
호칭!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둘 다 엄마라고 부르면 헷갈리잖아요. 규진 엄마, 세연 엄마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 안은 아기에게 너무 길다는 이유로 탈락하였습니다. 요새는 한 명은 엄마, 한 명은 마미로 하고 마미는 집에서 영어만 쓰게 해서 엄마표 영어 교육을 달성하자는 농담을 하고 있는데 농담이 아니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오혜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또 갑자기 프린스턴에 보내면 어떨지 이야기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린
해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 수정을 하려면 교통비-체류비-의료비가 드는데요, 저는 운 좋게 마침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중이었어서 딱 의료비만 내면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했다면 돈 한 푼도 들이지 않았겠지만, 정자은행에 정자가 부족하여 벨기에의 클리닉에서 인공 수정을 했는데요, 심리상담 2회차 + 진료비 + IU 1회까지 총 1,000유로 정도가 들었습니다. 각종 산전 검사는 프랑스에서 보험처리를 해서 가능한 금액이죠. 한국에서 인공수정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훨씬 적게 나왔네요.
@가넷
와이프는 얼른 같이 얘기하고 싶다고 해요. 주변에 더 큰 아기가 있는 분들은 그 얘기를 들으면 조용히 미소를 짓지만요. 특별히 '이걸 해줘야지!'하고 정해놓은 건 없고요, 자아가 발달하면서 취향과 고집이 생기는 걸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저랑 와이프가 그 발달 과정을 함께하고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어야겠죠.
아 가끔 진짜 맛있는 거 먹을 때 라니도 얼른 같이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혹시 여기 하는 것 맞나요? 만약 그렇다면… 새로운 가족의 등장에 두 고양이 가족 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급합니다 ^_____^ 그리고 좀 더 조심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께서 결혼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다고 그러셨던것 같아요. 라니의 탄생과 시간의 흐름이 가까운 주변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도 궁금합니다!
@김규진 라니는 정말 행복하고 웃음 많은 아이가 될 것 같아요! 맛있는 거 같이 먹기, 따뜻하고 대단하면서도 소박한 일이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 라니에게 랜선이모(?)로서 애정과 응원을 보냅니다. 가정에 언제나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따뜻하고 많이 웃는 연말 보내세요!
@린혜김
회사 업무도 칼 같이 나누기 힘든데, 육아나 집안일처럼 정량화하기 힘든 걸 어떻게 반으로 나누겠어요. 아기를 가지기 전에도 저나 와이프는 손 비는 사람이 하거나, 서로 좋아하는 집안일을 하는 편이었어요. 내가 더 많이 한다 싶으면 그냥 서로 '규진아 청소기 한 번 밀어줘' 하고 이야기하고요.
제가 임신을 한 이후로는 와이프의 집안일 비중이 높아졌었는데, 이제 다시 돌려놓아야죠. 쓰다보니 사실 와이프의 관용으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찔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