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3/10
 
영팔과 병태(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영팔'에 주목하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다시 보기 

'왜 자기는 다 '한병태'고 남은 다 '엄석대', '체육부장'이야. 하여간 자기는 멋있고 정의로운 것만 하려고 하고, 남은 다 독재자, 간신배라고 몰아 세우네.' 

솔직한 심정이었다. 며칠 전 한국정치 무대 중심에서 새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회자되면서 많은 말이 오갔고, 각자 소설 속 인물들을 현실 정치의 인물과 유비하면서 꼴같잖은 상황이 펼쳐졌다. 한가지 공통점은 자기는 '한병태'요, 상대는 '엄석대'였다.

웃기지도 않아. 하여간 멋있는 것만 하려고 그래. 그런데 한병태가 정의의 사도인가? 아니면 성공한 투사였나? 한병태야말로 일시적으로 저항하긴 했지만, 결국 엄석대에게 투항한 뒤 누구보다 엄석대의 휘하에서 달콤함과 안식을 누리며 살았던 기회주의자였다.

훗날 어른이 된 병태는 지식인 특유의 포즈로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을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투쟁가이자 객관적 관찰자처럼 처신하지만 그야말로 체육부장 못지 않게 엄석대 왕국에서 가장 혜택을 누린 저열한 인물이기도 했다. 

즉, 병태는 정의로움을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투쟁가가 아니다. 그저 엄석대의 자리와 위치를 자기가 누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는 질투심 가득한 2등 주자, 혹은 조금 세련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은 권력자의 후보였을 뿐이다.

국민의힘 전대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한대로 '허수아비' '바지' 갈아입히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책읽는 사람으로서 전대 투표 전날 이준석 전 대표가 이문열 작가의 문학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을 끌어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모습은 매우 흥미로웠다.

교과서에 나올만큼 유명하고, 전국민이 소설과 영화로 접해보았을 익숙한 오래 전 문학작품이 현재의 정치상황을 비유적으로 비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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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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