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배, 칩: 경제적 경직성에 대하여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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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0
By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Illustration by The New York Times; photograph by Monty Rakusen/Getty Images
선적용 컨테이너와 포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넌센스 퀴즈가 아니다. 답은 둘 다 지난 3년 사이 어느 순간부터 공급이 매우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공급 부족은 현대 경제의 우려스러운 현실을 드러내준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현대 경제가 유연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포탄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모두가 지금까지 벌어진 전쟁의 전반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이 통치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전력 열세로 금세 승복할 거라 예측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놀랍게도 전격전(blitzkrieg,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기동성과 화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 - 역자 주)으로 예상됐던 전투에서 러시아를 물리쳤고, 이제 전쟁은 인정사정없는 난타전으로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가 아무리 용감하다고 해도 혼자서 이런 싸움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사수해야 할 전선으로 여기는(나 또한 그렇다) 서방 국가들이 요긴한 지원을 했다.

서방은 전쟁의 판세를 바꿀 만큼 충분한 규모의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있을까? 물론이다. 그것도 아주 쉽게 가능하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 규모는 러시아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까지 전쟁에 800억 달러(한화 약 106조 원)를 지원했다. 전투 부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얼핏 들어도, 실제로도 많은 액수다. 그러나 이는 미국 연방 예산의 1퍼센트를 약간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에 대해 불평하는 미국인은 아마 산수도 할 줄 모르거나 솔직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우파의 상당수와 좌파의 일부가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다. 전쟁에 필요한 특정 물품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이 더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누구도 21세기에 소모전이 지속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또 전반적인 생산 능력은 충분하지만, 주요 군수 물자를 생산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생산 능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포탄을 발사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급속히 늘리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러시아도 비슷한, 아마 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책상머리 장군 행세를 하며 전쟁에 대해 예측하지는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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