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피해자는 살아있다①] 문형욱이 착취한 것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2/11/18
🔥 alookso 원은지입니다.

반가운 분과 인사를 나눌 때면 “잘 지내셨죠?” 대신 꼭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묻습니다. ‘당신이 궁금하다’는 의미와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이처럼 질문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어떤 질문은 잊고 싶은 과거를 끄집어내곤 합니다. 떠올리는 일 조차 힘든 과거에 대해 물어야 할 때면 저 또한 무력해집니다. 그래서 질문하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저에게도 비슷한 기억이 있습니다.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렸을 때, 한 기자에게 질문 받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게 제일 ‘쎈 거’ 였어요?” 고통스러웠던 모니터링 기억만큼이나 끔찍한 최악의 질문이었으니까요.

3년이 흘렀습니다. 세상이 ‘조주빈, 문형욱, 강훈, 안승진, 남경읍…’ N번방 사건의 가해자 이름을 줄줄 외우는 사이, N번방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마땅히 기록돼야 했지만, 질문은 멈췄습니다. 여론은 ‘가해자가 처벌됐으니 N번방 사건은 끝난 거지’ 라고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피해생존자가 ‘안녕’한지 알아야 합니다. “괜찮은가요?” 물어야 합니다. 질문을 멈춘 세상에 남는 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잘 사는 세상’입니다.

N번방 사건 피해생존자의 어머니 ‘선영’(가명) 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피해생존자와 가족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동안 아픈 곳 없이 잠은 잘 잤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버티고 또 버텼다고 말했습니다. 딸에게 무너지는 걸 보여줄 수 없었다고요. 딸에게 ‘그물망’이 되어줘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비단 법과 제도만이 아니라, 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도 사회적 안전망을 이루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에게 “당신은 잘못한 게 없어요”라고 말해주는 ‘우리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피해생존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alookso 유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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