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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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산다는 것

산업 가부장제: 동남권과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여성 청년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프로젝트

양승훈
양승훈 인증된 계정 ·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2023/02/02
산업 가부장제 Industrial Patriarchy

2021년부터 내가 쓰기 시작한 말이다. 2019년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를 통해서 '철지난 가부장제'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그 뒤에 술마시다가 이관후 박사님이 "동남권의 가부장제는 TK 가부장제랑 다르다"는 말부터 착안해서 '산업적 가부장제'라고 했고 쓰다보니 산업 가부장제.

가부장제와 산업 가부장제

기존의 가부장제를 우리가 말할 때는 '꼰대 가부장'이 가정에서 고루한 소리나 해대거나, 밥상을 엎거나,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아내를 무시하는 일련의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에도 분업구조가 들어간다. 남성 생계부양자, 여성 전업주부.

그런데 한국은 애초 산업화과정부터 1990년대까지 '여공'으로 여성들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태일의 평화시장 공장 여성 노동자들을 생각해 보면된다. 수도권의 여성들은 느슨한 공장 일자리와 서비스 섹터, 자영업 부문에 넓게 포진해 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 낳은 이후에는 다시 부업을 하거나 서비스 섹터에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요쿠타 노부코, 2020) 물론 이러한 선택은 생계부양자 남성의 상황에 의존했다. 

여성들이 수도권에서 전업으로 일하게 된 것은 고학력화, 다양한 섹터를 구축한 수도권의 산업 생태계, 그리고 IMF 위기 이후 남성생계자 모델의 훼손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2000년대를 넘어가면서 4년제 대학의 여학생 비중이 절반을 넘기기 시작했다.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수도권이 여성을 많이 채용하는 금융, 미디어, 서비스 산업, IT 산업 등의 비중을 키웠다. 제조대기업의 본사들에 대졸 여성 공채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유입되고 고학력 여성에 대한 수급 모두 늘어났다. 파이가 커진 것이다. 더불어 IMF 위기 이후 남성들의 외벌이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커졌고 실제로 가정경제에도 반영이 되었다. 그 와중에 기존의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수도권에서는 어느 정도 허물어 졌다. 대신 고학력자의...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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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제조업, 지방을 키워드로 연구합니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오월의봄, 2019)를 썼고 한국사회학회 학술상과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산업, 디지털전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양승훈의 공론공작소> 칼럼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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