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내훈 · 작가
2023/03/06
청년정치가 함량 미달이 맞고, 기성정치는 함량 초과가 아니다. 청년정치가 함량 미달이라는 것은 그 내용 및 정의가 정해져 있지 않은 채 비어 있을 따름이며 그때그때 국면에 따라 자의적으로 내용이 채워진다는 말이다. 여기서 ‘청년정치’라는 껍데기(이름이든 그릇이든 기표든 뭐라고 표현하든)는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주형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으로 채우려고 애쓰건 간에 586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되고 이것은 곧 진보주의 일반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당초 청년정치와 기성정치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어린 정치인의 정치를 청년정치라고 말한다면 한국에서 청년정치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청년정치의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 많은 30대 이하 젊은 정치인이 대중적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젊은 정치인들은 이미 많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왜 동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사실이 특정 정치인들이 인지도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가?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관점과 유연성을 가진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것은 정치의 다원화를 요청하는 명제지, 청년정치의 당위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청년들은 탄광 속의 카나리아 새와 같다. 유해가스에 매우 민감한 카나리아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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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커터>(2021), <급진의 20대>(2022)를 씀. <인싸를 죽여라>(2022)를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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