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나르는 노인의 마지막 선택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4/02/04
The Mule


영감은 너무 즐겼는지도 몰라.
너무 지나치게. 그래서
우리 밑에서 일하게 된 거지.

얼(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복잡한 인간이다. 한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한없이 입체적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 꽃사업이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을 완전히 외면했다. 수많은 꽃들을 닳도록 바라보며 아름답게 키웠지만 아내, 딸 등 얼을 기다린 가장 가까운 이들을 쓰레기장의 잡초보다도 못하게 대했다. 평생 동안. 젊은 이성과 유흥을 즐기고 인종 차별 발언을 숨 쉬듯이 내뱉기도 했다. 얼은 말 그대로 끔찍한 버전의 옛날 사람, 고집 센 노인네였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우습게 보다가 평생 키운 사업을 접어야 했고 본능적으로 다음 돈벌이를 찾아야 했다. 가족들 중 그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구성원은 없었지만 먹고살고 교육을 마치려면 돈이 필요했다. 이런 얼의 상황에서 결핍을 눈치챈 자가 접근한다. 범죄를 제안한다.

뭔가를 트럭으로 배달만 해달라고. 대가는 짭짤할 거라고. 얼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수백 킬로그램의 마약 운송책이 된다. 한 지역의 마약단속국의 한해 압수량이 불과 몇 킬로그램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처음부터 마약인지 알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마...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203
팔로워 162
팔로잉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