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냄새가 밴 사람들> : 제주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아픔 너머의 이야기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4/02/03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로운 섬이 독도라면 가장 슬픈 섬은 제주다. 육지 사람들은 제주의 눈부신 자연 경관에 매료되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섬 생활에 낭만을 투영하지만, 정작 섬사람들의 애환에는 무신경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제주는 도민을 위해 존재한 적이 없다. 육지의 관점에서 제주는 내부 식민지이자 관광 명소일 뿐이다. 그래서 종종 제주에 우리의 이웃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주 4 • 3’이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7월까지 무려 7년 넘게 지속된 집단 학살은 3만 명에 달하는 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방 폭포, 천지연 폭포, 월정리 해변, 표선 해수욕장, 성산일출봉, 다랑쉬 오름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총성이 울려 퍼졌다. 시체들은 칠흑 같은 바다에 던져졌고, 파도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주의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규모 관광시설이 설립되면서 남방한계 식물과 북방한계 식물이 고루 분포된 세계 유일의 숲 곶자왈 5분의 1이 파괴되었다.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비자림로의 나무 수만 그루가 베어져나갔다. (현재 사려니 숲은 도민들의 투쟁으로 공사가 잠정 중단되었다.) 평화롭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되면서 해녀들의 쉼터였던 구럼비 바위가 산산조각 났다. 정치인들은 하와이 보다 작은 섬에 ‘제주2공항’을 짓겠다며 철새들의 정거장을 호시탐탐 노린다.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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