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실패는 한 쌍(feat.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11/09
이미지 출처 unsplash

1. 수학과 인생

혹시, 수학 좋아하니? 대다수가 아마 아니라고 답하겠지? 많은 사람들이 일명 수포자인 사회니까.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수학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수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 어찌 보면 나의 첫 실패 경험은 수학이었으니까. 이름하여 눈높이 수학. 지루하게 펼쳐진 그 지겨운 숫자들을 기계적으로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일을 해야했는데, 그게 너무 싫었어. 가뜩이나 속도 시험에 약한 나는(물론 그때는 몰랐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그걸 다 푸는 게 참 힘들었지. 그리고 줄곧 숫자가 싫었던 것 같아. 반면, 우리 엄마는 수학이 참 재밌는 과목이라고 늘 말하곤 했어. 그렇게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게 얼마나 멋지냐고.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는 조금 더, 아니 꽤나 더 컸을 때 알게 되었어.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정답이 있는 게 가끔은 간절했으니까. 

엄마의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나도 삶이 수학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어. 나한테 수학이란 끝없는 계산의 연속이었거든. 오차나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그게 나는 우리 사회랑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절대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으니까. 마치 이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한 과목에서 하나라도 실수를 하면 정말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벌벌 떨어졌던 학창 시절도 생각나고 말이야.

사실 고등학교 때 그런 일이 있었어. 서술형 답안을 확인하는데, 정답 처리가 되었는데 한 부분이 틀린 거야. 순간 엄청나게 고민이 되더라고. 서술형이라 배점도 높은 문항이었고, 그거 한 문제로 등수가 갈릴테고, 그러면 대입에 영향을 미칠 거니까. 게다가 내가 고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눈만 감으면 될 일이잖아. 그런데 마음이 좀 찜찜했어. 속이는 거잖아. 그래도 한 번 속이면 어때? 대입은 내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그런데 그때만 해도 나는 좀 멋진 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사실 하나 정도만 틀렸으니까 부분 점수를 받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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