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등산화 고민담1 -내 발에 꼭 맞고 아름다운 등산화를 찾아서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10/12

어쩌다 관악산에 가기로 일정이 정해지자, 당장 나는 답을 구하기 힘든 고민에 빠졌다. 적당한 등산화가 없는 탓이었다. 몇 켤레나 기부하고도 신발이 서른 켤레 이상 남아있는데 그중에 등산화가 없다니, 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엄밀히 따져보자면 등산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있기야 셋이나 있었다. 다만 족저근막염에 시달리던 사람이 신고 다녀도 될지 시험해보질 않아서 적당한 등산화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곧장 보유한 등산화의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멀쩡한 등산화를 놔두고 새 등산화를 산다는 건 금전적으로도 낭비일 뿐더러, 신발 상자 놓을 자리가 없다는 면에서도 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책장의 책을 버리고 신발 상자를 꽂는다면 공간이야 나오겠지만, 육체적 욕망이 지성을 침범하는 듯한 사태는 가급적 피하고 싶다.
(떨이로 산 클라시코 부츠(절판). 뭣모르고 샀는데 제법 빼어난 신발이었다.)

먼저 시험한 것은 등산화로 취급중인 클라시코의 누벅 부츠였다. 이것은 이랜드 산하에서 신발을 주로 파는 편집숍인 폴더에 공급된 물건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땡처리되어 8천 원에 구할 수 있었다. 신발 밑창계의 슈퍼스타인 비브람창을 채택하고 있는 데다가 가죽 품질도 만듦새도 제법 준수해서 왜 정리되었는지 의문이다.
이 부츠는 밑창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순수한 부츠라, 등산화처럼 발을 푹신하게 감싸주거나 방수투습 안감으로 발을 보호해주는 기능, 혹은 다이얼로 간편히 조여주는 기능 같은 건 없다. 덕분에 무게는 약 500그램. 부츠치곤 가볍고 적당히 편안하며 접지력이 좋아서 나는 그동안 이것을 트래킹에 쓰곤 했는데, 그것도 2019년이 마지막이라 2023년인 지금도 발에 잘 맞을지 어떨지 불안했다.

발 상태가 걱정되었던 나는 이 부츠에 비싸고 쿠션이 아주 좋은 깔창을 넣었다. 그런데 밖에 나가서 열 걸음도 떼기 전에 이상을 감지했다. 염증이 더 심한 오른발 발바닥에 힘줄이 억지로 늘려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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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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