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천왕성의 변칙궤도와 해왕성의 발견은 우주적인 규모에서 일어난 사례였다면 이와 거의 비슷한 일이 원자 이하의 미시세계에서도 일어났다.
20세기 초 원자 및 그 내부구조를 알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새로운 혁명기를 맞게 된다. 이전의 뉴턴역학 체계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현상들이 한꺼번에 등장했고 결국에는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승리하게 된다. 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현상들 중에는 원자핵이 붕괴하는 현상도 있었다. 어떤 원소들의 원자핵은 입자들을 방출하면서 에너지를 잃는다. 이런 현상을 방사성 붕괴라 한다. 이때 방출되는 입자들의 흐름을 방사선이라고 하는데 그 정체를 몰랐던 20세기 초에는 그리스 문자를 써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라 불렀다. 이후 알파선은 헬륨 원자핵의 흐름, 베타선은 전자의 흐름, 감마선은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임이 밝혀졌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핵붕괴, 즉 베타붕괴는 알파붕괴나 감마붕괴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알파붕괴나 감마붕괴에서는 알파선 또는 감마선의 에너지가 특정한 값을 가진다. 이는 원자핵의 붕괴 전후 과정을 비교했을 때 붕괴 전의 원자핵이 가진 에너지에서 붕괴 후의 원자핵이 가지는 에너지 차이만큼 방사선이 에너지를 갖고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타선의 에너지는 달랐다. 특정한 값을 가지는 대신 연속적인 값의 스펙트럼을 보인 것이다. 이는 명백히 에너지 보존이 깨지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양자역학의 혁명을 이끌었던 닐스 보어는 베타붕괴에서 에너지 보존법칙이 깨진다고 생각했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19세기에 정립된 법칙으로 지금까지 이를 위반하는 현상을 관측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원자 이하의 세계에서는 고전역학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어서 보어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스핀 각운동량이라 불리는 물리량 또한 보존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스핀은 양자역학적인 성질로서 모든 입자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각운동량(회전운동에 수반되는 운동량)으로 외부 자기장에 민감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