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잡은 범인, 하지만 사이다는 없었다 📨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3/04/03
4월 3일 실시간으로 '지인능욕' 중인 텔레그램 대화방, alookso 원은지

저는 29살 초등학교 교사 이다정(가명)입니다.

2019년 10월, “텔레그램에서 선생님의 사진이 합성돼 유포되고 있다”는 추적단 불꽃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텔레그램 대화방 링크를 받아 입장했습니다. 방 이름은 <이다정(가명)을 소개합니다>였습니다. 700명이 넘는 채팅방, 제 사진 수십 장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무슨 상황인지 감을 잡기도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제 사진을 합성해서 올리고 있었습니다. 비공개 SNS에 올렸던 최근 사진도 있었고, 중, 고등학교 졸업사진까지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사진을 캡처한 것 같아. 삭제했던 사진들마저 있잖아… 도대체 방 운영자 휴대폰에 내 사진이 얼마나 많은거지?’

그날 밤,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발이 떨려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저는 충남에 있는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대를 찾아갔습니다. 경찰서에 가본 건 그때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텔레그램은 못 잡아요. 거기 보안이 세서 잡기 어려울거에요” 나체와 합성된 피해물까지 보여줬는데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범죄가 벌어졌다는 이유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속상해서 한참 울었습니다.

대화방 운영자는 그 뒤로도 제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해 유포했습니다. 여성 성기가 노출된 사진, 자위를 하는 여성의 사진, 모르는 남성과 성관계하는 여성의 사진과 제 얼굴을 합성했습니다. 대화방에서 원하는 합성 사진 신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벤트를 열 듯, “오늘도 사진 받습니다~”라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화방에 있는 이들은 개인 텔레그램으로 나체사진을 받는 듯 했습니다. 저에 대한 유언비어도 퍼뜨렸습니다.

“오늘도 다정이(가명) 꿈 꿨다~”
“반응 좋으면 사진 몇 장 더 풉니다~”
“다정이 주량이 한 잔이라 한 잔만 마셔도 바로 뻗음. 같이 술 먹고 강간 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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