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소 첫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디자인 작업 후기

©일상의실천
지난 2월 28일 얼룩소 단행본 프로젝트의 첫 책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가 출간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의 500일 투쟁기를 다룬 책. 김진주 작가는 2023년 당시 ‘기저귀’라는 필명으로 ‘범죄피해를 전달하는 사람’으로 활동하며 얼룩소와 AMA를 진행했고 그 인연으로 얼룩소에서 첫 책을 냈다.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의 디자인은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권준호 디자이너가 맡았다.

얼룩소의 첫 단행본을 작업한 권준호 디자이너를 서면으로 만났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알고 계셨나요? 
 
그럼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접하고 이 황당하고 폭력적인 사건에 분노했죠. 이 사건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건 피해자인 김진주(필명) 님이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사건 당사자의 입장에서 법의 허점과 법조인들의 무책임함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본 후였던 것 같아요.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하는 것"이라는 김진주 님의 호소는, 저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관대한 한국의 사법 체계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의 입장과 상황을 대변하며 진심을 다해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상의실천’이 지난 시간 동안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얼룩소로부터 디자인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저는 2013년부터 ‘일상의실천’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료들과 운영하고 있는데, ‘나랑 상관없잖아’,  ‘너와 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등의 작업을 통해, 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참사 혹은 사건이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도, 그것이 언젠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을,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관심 가질 것을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진주 님은 본인이 겪은 사건을 통해, 이 사건뿐만 아니라 피해를 당하고도 차마 나서지 못하는 많은 피해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가 직접 저술한 책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한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조금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상의실천
디자인 작업 전, 원고를 읽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국정감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한 ‘당당한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김진주 님은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나 ‘밝고 색채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참혹한 사건이 참사처럼 덮쳐왔지만, 김진주 님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겨낼 수는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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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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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운영하며 동료들과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다. AGI(국제그래픽연맹) 회원이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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