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준평론] 걸어가야 보이는 도보여행의 풍경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멋준오빠의 행복공작소 · TMT상담으로 소확행 찾는 행복공장장
2022/01/16
#멋준평론

4일차 여행은 ​월정리 해수욕장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푸르고 깨끗한 바다를 감상하러 해변으로 걸어가 봅니다. 세찬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쳐 따갑긴 하지만, 푸른 바다, 검은 현무암, 하얀 모래가 펼쳐지는 월정리 해수욕장은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문득 해변을 따라 쭉 걷고 싶어졌습니다. 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터벅터벅 해변을 따라 걸어가 봅니다. 길을 걷다 보니, 다양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풍력발전 때문에 세워진 풍력발전기, 발전기 아래에 놓인 예비 날개가 인상적

"존재가 먼저냐, 소유가 먼저냐?"를 묻는 질문에 입으로는 [당연히 존재가 먼저다]라고 말하면서 머리로는 [그래도 소유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을 통해 우리는 휴식, 재충전을 하고, 낯선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즉, 여행은 우리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행을 하는 이유는 어쩌면 앞에서 던졌던 뻔한 답변인 존재가 소유보다 우선한다는 진리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쉽게 말해서,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돼.'를 듣고, 소유에 치여 잠시 묻어두고 있던 나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정해놓고 움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계획이나 정해둔 여행지 없이 혼자 해변길을 따라 쭉 걷고 있습니다. 혼자 걸어다니기 때문에 보이는 풍경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익숙한 관광지가 아닌 낯선 풍경을 마주할 때, 나 자신에게 좀더 오롯이 깊게 집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단조롭게 파도치는 바다를 보면서,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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