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와 또라이 – 전태일과 조영래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2/11/25
* 이 글은 본 저자의 기출판된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믹스커피, 2022)에 나온 내용을 재사용 재가공한 글임을 밝힙니다. 


전태일 폄하의 부박한 논리들
동대문 평화시장 입구 분신 현장에 세워진 전태일의 동상. 출처: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1월 13일은 전태일(全泰壹, 1948~1970) 사망 52주기였다. 한국노동운동사에 깊게 새겨진 그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2019년에는 그가 분신한 청계천 피복 공장이 있던 자리 인근에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도 문을 열었다. 개관일 당시 정부 주요 인사들은 물론 여당 지도부와 그의 뜻을 기리려는 시민들이 모두 함께 참석해 성대한 개관식이 거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태일의 업적을 폄하하고, 그를 공격하는 반동적인 움직임도 거세다. 국내 최대의 일간지 연합 ‘조중동’을 등에 업은 극우 논객들과 약탈적 미디어의 상징이 된 보수 유튜버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태일이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연봉 1억 원 가까운 급여를 받던 고급 기술직”이며 “그의 분신 자살은 운동권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한 희생”이라며, 이것이 바로 “전태일에 대한 팩트”라고 주장한다. 

“높은 연봉의 고급 기술직” 타령은 전태일이 ‘시다’에서 시작해 재단사까지 승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배후 세력” 운운은 분신 당시 그의 몸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주었다던 “김개남”이라는 미궁 속의 인물을 확대 해석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전태일의 삶을 모욕하는 이들의 논리 속에는 노동운동의 신화가 된 존재를 어떻게든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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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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