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과 세계관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3/26
지식인들이 시대를 앞서 본다는 말은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플라톤의 <공화국>에 등장하는 동굴의 비유에는 이런 지식인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톤에 따르면 참다운 본체는 이데아의 세계이고,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그림자의 세계, 말하자면 현상의 세계이다. 그는 우리가 이런 그림자의 세계 속에 살고 그것만을 보고 있다는 것을 ‘동굴의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우리 모두는 컴컴한 동굴 속에서 태어나고 그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들이 보는 것이 진실이고 진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날 누군가가 이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경험을 한다. 동굴 밖에는 환한 태양의 밝은 빛에 의해 동굴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는 비로소 참다운 실재, 즉 이데아의 세계를 본 것이다. 이런 세계를 본 그는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가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의 동료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오늘 날 식으로 말하면 인텔리겐챠(지식인)가 무지를 일깨우는 계몽(Enlightment)을 하고자 한 것이다. 남들보다 먼저 보고 깨우친 것, 여기서 말하는 빛을 본 자가 지식인이고, 이러한 지식을 통해 무지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식인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서구인들에게 익숙하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에 따르면 지식인은 남들 보다 먼저 시대의 고통에 아파하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언제든 시대의 견인차라 할 수 있다. 

지식인은 남들 보다 더 빨리 시대의 문제와 고통을 인식하기 위해 늘 새로운 해석의 틀, 새로운 철학이나 세계관을 탐구한다. 새로운 이념이나 사상이 등장하면 그들은 가장 먼저 그것들을 받아들여서 대중들에게 전파한다. 새로운 이념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구 근대의 여명기에 ‘계몽주의’는 무지와 맹신에 사로잡힌 대중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루소와 볼테르, 그리고 이른바 백과전서파라고 하는 일군의 계몽적 지식인들은 인간 이성의 빛을 일깨우고, 그것을 통해 대중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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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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