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쿨러 '0308' - 3월 8일로 읽지 못했다면
2024/03/11
"삶은 누구에게나 실험이고 중독의 연속이다. 그 중독으로부터 조금 멀어지는 실험을 해보자. 무언가를 깨트리는 것은 경계를 부풀리는 새로움을 전해줄 것이다. 익숙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인정하자. 살아가며 우리가 배운 건 영원한 것은 없다는 거, 아닌가?"
'0308'과 여성의 날을 연결하는 데 반년 걸렸다. 저열한 젠더 문해력 때문이지만, 음악에 심취하면 생각이 잘 안되기 마련이다. '0308'은 무심하게 뱉는 랩핑이 매력적이다. 나는 힙합을 잘 모르지만, 연주를 '비트'라고 칭하는 현상에 나름 '뇌피셜'을 갖고 있다. 힙합은 목으로 하는 음악이고, 속도가 아주 빠르다. 다른 정보를 줄이지 않으면 가사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 연주는 연주가 아닌 비트요, 랩을 위한 들러리다. 은유적인 가사와 복합적인 연주가 적은 이유고, 에픽하이와 칸예 웨스트가 혁신인 이유다. 에픽하이든 칸예 웨스트든 힙합을 몰라도 들을 수 있다. 다만 감상의 폭은 좁다. 상당한 집중을 요구하는 데다, 칸예 웨스트는 정치가 문제다.
보수동쿨러는 연주에 강한 밴드고, 가사도 잘 쓴다. '0308'은 랩, 연주, 노래가 절묘하다. 어디에 집중하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난 연주가 좋았고, 댄스 음악으로 들었다. 랩과 노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정보량이 많아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정에 의존했는데, 감정은 체화된 이성이다. 생각하는 대로 듣지 않고, 듣는 대로 생각하려면, 사전에 많은 생각을 해놔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훈련한 만큼 들린다. 나는 알지도 못하고, 훈련도 안 했다. 내공이 부족하니 와닿지 않는다. 물론 비평적인 진입장벽이다.
제목 '0308'과 여성의 날을 간단히 잇고 추천사를 더한다면, 게으르다. 페미니즘은 분열적인 인식론이다. '0308'을 읽는 구체적인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