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을 돌보다1]간병살인을 생각했어

소요 ·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 연구소
2024/02/02
엄마 간병을 위해서 남편과 딸을 떠나 엄마 집에 오는 날 아침, 자고 있는 딸의 침대에 앉아서 곤하게 자고 있는 딸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놀란 딸이 벌떡 일어나 나를 껴안고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딸의 품에 안겨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딸을 떠나서 엄마에게 왔다. 딸을 돌보는 신세에서 엄마를 돌보는 신세가 되었다. 주위에는 일단 한 달이라고 말했다.

작년 가을 엄마가 계단에서 떨어졌다. 출혈은 빨리 자연 흡수되었고, 뼈가 부러진 곳도 없어서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엄마 친구들은 역시 뼈대 있는 가문은 다르다고 했다. 퇴원 후 엄마가 너무 멀쩡해서 나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서히 만성으로 뇌출혈이 생겼고, 한 달 뒤 수술을 했다. 출혈은 사라졌고, 출혈로 한쪽으로 치우쳐진 뇌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또 한 달 뒤 엄마가 무기력해졌다. 수술한 병원에 가서 CT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 상으로는 깨끗하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 뇌에는 사진에 나오지 않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기력해졌고, 우울해 보였고, 걷기 힘들어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것저것 검사하고 하면서 수두증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경과 관찰을 하자고 해서 집에 돌아왔고, 그 이후 운동 능력에서 인지 능력까지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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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씁니다. 죽을 거 같아서 쓰고, 살기 위해 씁니다. 예전엔 딸을, 지금은 엄마를 돌봅니다. 돌보는 사람을 위한 돌봄을 연구합니다. 잘 사는 기술과 잘 죽는 기술을 개발하고, 어쩌다 지방소멸도시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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