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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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분노에 차 있는 응급의학과 의사

응급실에서 노역하는 의사입니다.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키우는 애 둘이랑 이것저것을 찍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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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제약/바이오 -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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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물렸어요! 어떡하죠?

한국인의 대다수는 비교적 인프라가 잘 구축된 도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뱀을 만날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야외활동이 잦은 봄, 여름, 가을에는 논밭일하거나, 놀거나 하면서 종종 뱀에 물리는 환자를 심심찮게 보게된다. 사실 평생 뱀에 물리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매우 드문 경험이기 때문에 막상 상황에 맞닥드린다면, 당황하며 제대로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응급실에 근무하며 종종 뱀에 물리는 환자를 보는 돌팔이 아저씨가 간단한 응급대처 요령을 알려드리겠다. 1. 어딘가에서 찾아본 사진을 보고 뱀에 물린 자국을 비교하면서 독사인지 아닌지 구분하려고 하는데, 상황마다 다르고 물린 위치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설프게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빨리 119 부르는게 좋다. 물린 자국은 자세히 보아야만 잘 감별이 되는 경우도 있고, 독뱀이든 아니든 간에 기본적인 처치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하게 병원을 가야한다. 2. 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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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의사들을 실직자로 만들수 있을까?

근무하던 병원에서 최근에 AI를 이용한 가슴 X-ray 자동판독 시스템이 도입된 적이 있었다. X-ray 처방을 하고 촬영이 끝나서 서버에 업로드가 되면, AI 가 자동으로 영상을 분석하고 폐렴인지, 폐부종인지 심장질환인지를 퍼센트 정도로 판독결과를 출력하면서 이미지에도 어느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표시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아무래도 컴퓨터는 이미지를 픽셀단위로 분석하니 정상에서 벗어난 것들을 확인하는데에는 매우 유용했다. 여러 사정상 병원내의 정식 시스템으로 채용되지는 못했지만, 신문기사나 이야기로만 듣던 의료 AI 접목이 목전에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 미드저니, ChatGPT 등의 활약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일부 영역에선 사람보다 뛰어난 결과물들을 보여주기도 해서 사람들은 본인의 일자리가 곧 편리하고 지치지 않는 AI로 대체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나 또한 외료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걱정들을 안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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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R 했더니 나도 성추행범? 진실은...?

우리는 최근에 이태원 참사로 수많은 사람들을 잃었다. 현장에서 많은분들이 응급처치에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CPR을 하였고, 그러한 모습들을 보고 CPR이나 응급처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일부 남성들이 여성 환자에게 CPR 하는 것을 주저했다는 기사도 나왔는데, 현장에 있던 수많은 증인들과 구조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해 거짓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한 블라인드 게시판에 ‘CPR 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려 800만원의 합의금’을 물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는데, 원글이 조명을 받고 언론사와 경찰로 추정되는 분들이 의심댓글을 달자 수시간만에 글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남녀를 갈라치기하는 이러한 게시물들은 주제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온라인 게시판을 달구곤 하는데, 사람을 살려야 하는 심폐소생술에까지 이러한 게시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심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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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 한번으로 사람이 죽나요?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이 남용되던 시절. 고문치사로 생을 마감했던 한 청년의 사인을 얼버무리다가 나온 저 말은 교과서에도 박제되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과거사의 주인공은 후에 모진 고문과 동반된 질식사로 판명이 되었기에, 저 황당한 변명은 국가 권력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내는 말로 오래도록 회자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은 한번 ‘탁’치고 죽을 수 있는가? 사실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사람은 어이없는 이유로 죽기도 한다. 오늘은 그중에 하나인 ‘Commotio Cordis(심장진탕)’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것과 관련하여 내가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던 이야기가 있는데, 중학교 1학년 여름이 갓 지났던 2학기에 중학교 2학년 선배가 갑자기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유는 허무했는데, 갓 축구를 끝내고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던 이 학생을 지나가던 중학교 3학년 선배가 보더니 인사를 제대로 안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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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어쩌면 최고의 효도.

응급실에는 정말 다양한 증상으로 환자분들이 오게 되는데, 종종 안타까운 경우들을 보게되는 경우가 있다. 말이 어눌해지고 표정이 이상해졌다고 해서 내원한 환자분이길래, 뇌경색이겠거니 하고 언제나처럼 머리 MRI 검사를 처방하고 영상을 확인하였는데, 크고 작은 전이암들이 대뇌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본다. 같이 찍은 가슴 X-ray를 확인해보니 커다란 종양이 뚜렷하게 보였다. 폐암이 자라고 자라 뇌와 전신의 장기들을 침범하고 있던 말기암이었던 것이다. 응급실에서 이렇게 진단되는 암들은 이미 끝자락에 와 있는 암들이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해야하는 내 마음 또한 심란하다. 1년에 두어번, 병원에 와서 단순 가슴 X-ray라도 찍고 기본적인 검사라도 할 수 있었더라면, 조기에 암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기억이 이제는 제법 많다. 매해 사망원인 통계가 나오는데, 부동의 1위는 악성신생물(암)이 차지하게 된지 오래되었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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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화상환자들의 이야기

“... 화상흉터의 장점도 있더라고요. 원래 사람을 잘 못 가리는 편이었는데, 흉터 덕분에 사람을 잘 걸러볼 수 있게 되었달까요. 정수기는 필터로 몸에 해로운 물질들을 걸러내잖아요. 저에게는 흉터가 마치 필터 같았어요. ‘내 모습을 보고도 나한테 오는 사람이면 진실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고마웠어요...” 예전에 대한화상학회에 갔다가 서점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는 한림대학교의 한림화상재단에서 7명의 ‘화상경험자(대화에서 환자분들은 화상환자라는 말 대신 화상경험자라는 말로 자신들을 소개한다.)’와 인터뷰한 것을 모아 책으로 구성한 것이다. 화상은 여전히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지원을 조금밖에 받지 못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후송이 미뤄져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화상으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회 경제적 약자인 경우가 많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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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사진이 하고 싶어요.

사진이라는 취미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고 여전히 카메라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을 때가 많아서 주변의 지인들이 카메라나 사진에 관하여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침 겨울은 사진계에서는 나름 비수기라 카메라 관련 장비들의 중고가격이 제일 낮은 시기이기도 해서, 만약에 취미로 장비를 갖춘다고 하면 저점매수(!)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 최근의 시세동향에 맞춰 어떤 카메라를 구입하면 좋은지 이야기를 해보겠다. 일단은 카메라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자하는 동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가용 예산이다. 이 두가지가 확실해지면, 카메라를 고르는데 훨씬 수월하게 후보군을 좁힐 수 있다. 1. 사진을 찍고자 하는 동기 “나는 일상에서 좀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고 싶어요.” ->최근 3년 이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 스마트폰용 삼각대면 충분하며, 주광에서의 풍경사진은 대형인화를 할 목적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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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연휴, 응급실에 가지 않으려면...?

오늘부터 며칠간의 설연휴가 시작됩니다. 설연휴는 다른 휴일과는 다르게 응급실을 제외한 모든병원들이 문을 닫는 기간이죠. 겪어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하필 이 시기에 응급실에서 저같은 돌팔이를 만나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닐겁니다. 가뜩이나 환자들이 붐비는 와중에 내차례가 오긴 오는건지, 여기저기서 고성과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등등의 노이즈로 내가 병을 해결하러 온 것인지 걸리러 온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설 연휴에 어떤 상황들을 조심해야 이런 불쾌한 경험을 피할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생선가시 명절이 되면 떠오르는 음식, 바로 전이죠. 각종재료들을 이용하여 전을 부치게 되는데, 생선전을 부칠 때 보통 가시를 잘 발라내어 조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생선류 음식을 먹다가 목에 가시에 걸려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시의 크기, 걸린 위치에 따라 병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천차만별인데요, 목젖 부위 전후로 보이는 가시는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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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할 결심

겨울에는 각종 호흡기 감염과 급성기 심혈관 질환자가 늘기 때문에, 부쩍 일일 환자수가 늘었는데, 이따금씩 CPR(Cardio Pulmonary Resuscitation-심폐소생술) 환자가 온다. 하지만, 소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CPR을 하는 것은 응급의학과 의사로는 평범한 일상에 가까운 일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이유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환자 중 ROSC(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자발적 순환의 회복)되지 않는 환자의 대부분은 bystander CPR(목격자에 의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채, 119가 도착할때까지,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Bystander CPR의 유무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률에 매우 중요한 요인중 하나로, CPR이 시행되지 않은 시간동안 환자는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생존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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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없던 현대인의 질병- 광과민성 증후군

‘EPILEPSY WARNING!’ - 발작주의!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발전하면 우리에게 편리함을 줄 때도 많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의료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잘 모르는 질병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위생과 보건의식이 높아져 평균 수명이 늘어나긴 했지만, 자동차가 없었으면 발생하지 않을 각종 교통사고, 고령화로 인해 신체가 노쇠하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각종 만성질환 등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모니터가 없던 20세기 이전 사람들은 겪지 못했을 어떤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997년 12월 16일 화요일 일본에서 방영되었던 포켓몬스터 무인편 38화 ‘전뇌전사 폴리곤(でんのうせんしポリゴン)’ 방영중 주인공 한지우 일행이 포켓몬 폴리곤이 있는 컴퓨터 세계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컴퓨터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눈이 아플 정도로 빠른 점멸 이펙트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해당 방송을 시청하던 아이들이 발작을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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