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의 이동권 (2) - 보장의 주체
당신은 죄가 없었다. 그저 물건 하나를 옮겨다 놓으려고 했을 뿐.나에게도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몸과 마음이 여러 개가 아닐 뿐이니.
연약한 육체가 무게 중심을 잃고 휘둘린 그 찰나의 순간이 슬로우 모션으로 지나간다. 찡그린 이마, 당황한 표정, 그리고 황급히 앞으로 뻗은 손. 나는 그 짧은 구조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할머니가 고관절을 다치게 된 것은 그렇게 순간적이고 허무한 몇 초 때문이었다. 당신이 물건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나고자 했던 그 순간, 스텝이 꼬여서 살짝 엉덩방아를 찧었을 뿐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타는 아이라면 수천수만 번을 반복하고도 남을 그런 넘어짐이었다. 노인의 뼈가 유아의 그것보다 약하던가? 그 엉덩방아 한 번에 고관절이 부러져버렸다. 그녀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해서 응급실로 실려갔으며, 수술을 하고 몇 주는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더욱 지난했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나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