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의 이동권 (1)

공상주의자
공상주의자 · 단상을 씁니다.
2023/01/29
90대 노인의 이동권 (1) - 할머니의 시간
할머니는 늘 시간이 정신없이 간다고 하셨다. 연세가 지긋한 노인의 푸념이겠거니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이 한편으로는 진실을 담은 말이었다. 할머니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철이 드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이제야 할머니의 그 심정을 대변하여 글을 쓴다.
사진: Unsplash의Jon Tyson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무언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소한 일과와 관련된 느낌이다. 예를 들어, 단순 반복 노동을 한 시간을 회상하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버렸다고 느낀다. (당시에는 시간이 잘 안 간다고 느낄지 몰라도) 일과를 처리하느라 지난 몇 날 며칠을 돌이켜보면, 벌써 시간이 이만큼이나 갔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반복적이고 사소한 일과. 그 일과를 지나온 뒤에 우리는 시간의 흘러감을 자각한다. 따라서 사소한 일과에 시간을 쓰는가 아니면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할만한 상황에 시간을 쓰는가에 따라 시간의 체감이 달라진다.

할머니와 나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자각한 때는 당신을 교회에 모셔다 드린 그날이다. 원래 혼자 교회에 갈 때는 큰 불편을 전혀 느끼지 못한 길이었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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