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오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6. 영화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의 "맨해튼 프로젝트"이다 : <오펜하이머> 관람 후기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6. 영화 <오펜하이머>는 놀란 감독의 "맨해튼 프로젝트"이다 : <오펜하이머> 관람 후기
[주의]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약간의 스포일러를 참는다면 아래 내용이 영화 관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그랬을 거 같은데, 내겐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는 건 꼭 해야만 하는 여름방학 숙제처럼 일종의 피할 수 없는 ‘의무’였다. 30여 년 전 물리학과에 처음 입학했을 때 과학 또는 과학자와 사회의 관계, 책임, 그런 심각한 주제를 고민하게 만든 주인공이 오펜하이머였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은 이후 대학원 시절이나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어쭙잖게 과학과 사회가 소통하는 방법을 나름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몇 년 전부터는 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면서 기회가 되면 항상 맨해튼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소개해 왔다. 그 덕분에 핵무기 개발과정이나 주요 인물들에 대한 기본정보는 어느 정도 친숙하게 되었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크게 흥행한다면 앞으로 수업에서 학...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5. 우라늄 농축, 그리고 신세계에 상륙한 "교황"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5. 우라늄 농축, 그리고 신세계에 상륙한 "교황"
우라늄은 방사능을 처음 발견할 때부터 중요한 원소였고 핵분열 현상을 처음 발견하게 된 원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당연히 핵무기를 만들 때 우라늄은 자연스럽게 우선적으로 고려대상이었고 누가 우라늄 광산을 차지할 것인가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컨대 그로브스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1942년 9월18일)되고 근무하던 첫날 1,200톤의 우라늄 광산을 매입했으며, 핵무기에 사용될 우라늄235를 농축하는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테네시 주 오크리지에 부지를 매입했다.천연우라늄에는 핵무기에 쓸 수 없는 우라늄238이 99.3% 존재하고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235는 0.7%밖에 없다. 따라서 우라늄235를 순도 높게 추출하는 작업이 무척 중요하다. 이 과정을 우라늄 농축이라 부른다. 문제는 우라늄 농축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라늄235와 238은 원자번호가 같고 질량수가 다른 동위원소라서 화학적인 과정을 통해 두 원소를 분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동위원소의 화학적 성질이 거의...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4. 물리학의 "교황", 페르미의 등장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4. 물리학의 "교황", 페르미의 등장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폭탄을 만들려면 원자핵이 한 번 쪼개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쪼개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것과 실제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즉, 현실에서 연쇄반응이 정말로 일어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한 주인공이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엔리코 페르미(1901~1954)였다. 페르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후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 할 수 있다. 현대물리학의 용어 중에 페르미의 이름이 들어간 것들이 꽤 있다. 페르미온, 페르미 에너지, 페르미 상수, 페르미-디랙 통계, 페르미(거리단위) 등등 페르미가 없으면 현대물리학의 교과서를 제대로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페르미는 20대 중반이던 1926년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만족하는 입자들의 통계적인 분포를 발견했다. 비슷한 시기 이와 독...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3. 오펜하이머는 누구인가?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3. 오펜하이머는 누구인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 분야 책임자로서 당시 미 버클리대학 물리학과 교수였다. 오펜하이머는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였다. 그는 물리학뿐만 아니라 언어감각도 출중했고 (6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했는데 그 중에는 산스크리트어도 있다.) 직접 시를 쓰기도 했다.오펜하이머는 1925년 하버드 대학을 3년 만에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의 전공은 화학이었으나 나중에는 자신이 정말 관심이 있었던 것이 물리학이었음을 깨닫고 퍼시 윌리엄스 브리지먼에게서 물리학을 배웠다. 하버드를 졸업한 뒤에는 영국 캐번디시 연구소로 갔다. 그의 지도교수는 1897년 전자를 발견한 톰슨이었다. 당시에는 물리학의 중심이 유럽이었다. 1925년이면 독일의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을 써서 (자신은 그게 행렬인지도 모른 채) 뉴턴역학을 대체할 새로운 역학체계를 제시해 양자역학을 정초한 해였다.당시 톰슨은 은퇴한 뒤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2. 핵무기의 작동원리, 그리고 제작 방법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2. 핵무기의 작동원리, 그리고 제작 방법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은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이다. 천연우라늄의 99.3%는 우라늄238로서 92개의 양성자와 146개의 중성자를 갖고 있다. 나머지 0.7% 정도는 동위원소인 우라늄235가 차지하고 있다. 우라늄235는 우라늄238보다 중성자가 3개 적다. 핵무기의 원료는 우라늄235이다. 우라늄235에 중성자를 때리면 우라늄 원자핵이 그보다 가벼운 크립톤과 바륨으로 쪼개지며 중성자와 감마선 등을 방출한다. 이처럼 무거운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핵들로 쪼개지는 과정을 핵분열이라 한다. 핵분열 과정에서 반응 전후 원소들의 질량차이만큼이 에너지로 방출된다. 그 양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E=mc^2에 따라 정해진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광속이다. 질량차이가 작더라도 광속이 워낙 큰 값(300,000km/s)이라 질량이 모두 에너지로 전환되면 그 양이 막대하다. 우라늄235이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량결손은 우라늄235 원자핵 질량의 약 0.1...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1. 핵무기란 무엇인지,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
[영화 "오펜하이머"를 2배 즐기기 위한 선행학습] 1. 핵무기란 무엇인지,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 <오펜하이머>가 7월21일 미국 공식 개봉을 앞두고 큰 화제다. 한국 개봉일은 8월15일로 예정돼 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미국 버클리대학의 이론물리학자로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분야 연구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이다. 따라서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핵무기란 무엇인지부터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자, 그렇다면 핵무기란 대체 무엇인가?핵무기란 말 그대로 원자핵(nucleus)의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이다. 원자(atom)는 우리 우주의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단위이다. 원래 원자는 atom이라는 이름처럼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자연의 근본단위로 도입되었다. 그 유래는 기원전 4세기 데모크리토스와 레우키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적인 원자론이 다시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2,200여 년이 지난 1800년대 초 영국의 돌턴에 의해서였다. 19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다는 원자 내부에 새로운 구성요...
[COP27] 개막·WMO, “역대 가장 따뜻했던 8년…해수면 상승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