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필
2023/07/30
우라늄 원자핵이 쪼개지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서 곧바로 폭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폭탄을 만들려면 원자핵이 한 번 쪼개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쇄적으로 쪼개져야 한다. 이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것과 실제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즉, 현실에서 연쇄반응이 정말로 일어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한 주인공이 바로 이탈리아 출신의 엔리코 페르미(1901~1954)였다. 페르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후 이탈리아가 낳은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라 할 수 있다. 현대물리학의 용어 중에 페르미의 이름이 들어간 것들이 꽤 있다. 페르미온, 페르미 에너지, 페르미 상수, 페르미-디랙 통계, 페르미(거리단위) 등등 페르미가 없으면 현대물리학의 교과서를 제대로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페르미는 20대 중반이던 1926년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만족하는 입자들의 통계적인 분포를 발견했다. 비슷한 시기 이와 독립적으로 같은 결과를 얻은 영국의 폴 디랙과 함께 이를 페르미-디랙 통계라 부른다.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르는 입자를 페르미온(fermion)이라 부른다.

페르미는 1926년 11월에 로마대학교 이론물리 교수로 부임해 향후 10여 년을 보내게 된다. 페르미가 로마대학에서 보냈던 20년대 중반~30년대 후반 물리학 격동의 시대였다. 1932년에는 영국의 제임스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했다. 이듬해인 1933년에 페르미는 베타붕괴에 관한 이론을 제시했다. 베타선이란 전자의 흐름이다. 어떤 입자가 전자를 방출하며 붕괴하는 현상을 베타붕괴라고 한다. 중성자가 전자와 중성미자(neutrino, 중성미자라는 이름의 작명도 페르미의 작품이다.)를 내놓고 양성자로 전환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페르미는 이 과정을 전자와 중성미자, 양성자, 그리고 중성자 네 입자가 한 점에서 만나 상호작용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페르미 이론은 이후 약한 핵력으로 발전하게 된다.

1934년에는 마리 퀴리의 딸 이렌 졸리오-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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