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자폐 맞죠

토마토튀김
2024/07/11
오늘 오전, 병원에 가서 되게 원초적이고 어리석고도 웃긴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우리 아이, 자폐 맞죠?"

이게 오늘의 내 첫 질문이었다. 당연히 자폐 맞지. 벌써 10년 넘게 아이를 키웠는데 그걸 모르겠나. 그런데도 "자폐가 아니라 천재입니다." 이 소리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희망찬 메시지를 듣고 싶은 거다. 돌아오는 답은 "네, 자폐의 소견을 보이고 있습니다."였다. 
눈 아래 지방 주머니가 두둑해서 많이 피곤해 보이던 의사 선생님은 굉장히 성심성의껏 답을 이어나가셨다.  단조로운 특유의 어투, 한 가지 주제에 꽂힌 이야기들(안 그래도 평소에 좋아하는 롯데월드의 온갖 놀이기구 이야기와 자기는 접영과 배영을 잘한다며 수영 이야기를 했단다), 눈은 마주치기는 하지만 뭔가 조금 들떠있는 시선들, 그리고 말은 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의사소통 등등....

"아이가 어디에 하나 굉장히 꽂힌 것이 있을 텐데요?"
"아... 네 버스랑 전철 노선 다 외우고요..."
"그렇죠?"

내가 평소 걱정했던 틱은 보통 중학교 이상 올라가면 확 꺾이니까 많이 걱정하지 마시라고 한다. 이제 틱을 할 것 같은 느낌이 오는 걸 알아채는 때가 도래한다고 한다. 그 느낌이 오면 다른 행동을 하던지 참던지 한다고. 
그래도 지켜보는 내가 너무 힘이 들어서 약을 먹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봤다. 마치 잘 걷지 못하고 맨날 뒤로 자빠져서 뒤통수 찧는 아기들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결국 보행기에 태우는 심정으로... 수영을 한다고 말씀을 드리니 발달장애 선수들이 여기에 정말 많이 온다며 도핑에 안 걸리는 약물인지 아닌지 검색을 해주신다. 

당연히 혜성이는 자폐 스펙트럼 내에 있는 친구다. 여전히 중증 장애 복지 카드를 가지고 다닌다. 여기에 병원 다녀도 어쩔 방법이 없다. 약이 없다. 이전에도 아이 데리고 왜 병원 안 다니냐며 의아해하던 분들이 주변에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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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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