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마! 교직생활] 14장. 고작 알약 몇 개와 빠르게 걷기의 효과

류재연
류재연 인증된 계정 · 정교사, 기간제 교사, 그 후 교수
2024/04/11
2007년에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정신과를 처음 방문했다. 선잠이 들었을 때 갑자기 심장이 눌리며 상체만 바닥에서 20~30센티미터 튀어 오른 경험을 했다. 그대로 있다간 죽을 것 같았다. 강남의 유명한 심장내과를 찾아갔다.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다. 다음날 정신과를 방문했다. 입구는 약간 어두웠다. 대형 수조가 창가에 있었다. 그 속에서 빨강과 하얀색 주름이 있는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움직였다. 중년 여성 둘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말을 섞지 않았다. 수조 속 물고기들이 유리 표면으로 다가와서는 입을 뻐끔거렸다. 비웃는 것도 같았다. 
   
내 이야기를 듣고 의사는 2주 치 처방을 했다. 생각보다 상담 기법이 좋지는 않았다. 약을 먹는 동안 몸이 노곤했다. 그래도 빠지지 않고 아침, 저녁 다 먹었다. 의사는 몸무게를 고려한 용량이라며 좀 더 적응해 보자고 했다. 그의 말을 따랐다. 어떨 때는 내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기도 했다. 죽을 것도 같았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면 창문을 조금 열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했다. 그래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두어 달 지나니 처음보다 불안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약을 끊을까도 생각했다. 정신력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라는 생각에 의지로 이겨보고 싶었다. 의사는 효과가 있으니 지금 끊지 말라고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시키는 대로 약을 꾸준히 먹었다. 노곤하면 약 기운과 싸워서 이기겠다는 마음을 먹고 견뎠다. 힘들면 좀 쉬었다. 부끄럽지 않았다. 누가 대놓고 흉보는 것도 아니다. 6개월쯤 더 지났을 때는 순간순간 죽을 것 같은 증상은 더 생기지 않았다. 그 후로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1심 행정재판 결과가 났다. 승소했다. 그리고 두어 달 후에 약물을 끊었다. 기분 때문인지, 더 약을 먹지 않아도 견딜 것 같았다. 처음 정신과를 방문하고 대략 1년 정도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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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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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학생들과 생활하다 교수가 되었어요. 교사 시절 급훈은 '웃자'와 '여유'. 20년 교수 생활 내내 학내 부조리와 싸우다 5년간 부당 해고, 파면, 해임되었다 복직 되었어요. 덕분에 정신과 치료, 교권 확립, 학교 상대 나홀로 소송의 노하우를 선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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