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레터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귀에 못이 박이게 하셨던 말입니다. SPC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역시 어른들의 지혜는 대단한 듯합니다. 굳이 ‘근로’라는 단어를 써가며 노동자는 근면 성실해야 함을 강조하고, 레드 컴플렉스의 영향이 짙게 남아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할 권리라니! 모나도 이렇게 모날 수가요. 임종린 지회장은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모난 사람이었기에 53일간 단식하며 생명을 위협받아야 했습니다.

꼭 이렇게 ‘송곳’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적당히 고개 숙이고 순응하며 살면 될 텐데 굳이 빳빳이 일어나 묵은 체제를 찌르죠. 자기 한 몸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 같습니다. 그런데 바보가 세상에 파란을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일례로 전태일이 그랬죠. 일 잘한다고 소문난 재단사였던 그는, 착취 받는 보조 여공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못해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싸우다 목숨을 잃었습니다(그가 창립한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 운동 조직 이름이 또 하필 ‘바보회’입니다). 자기 몸을 태워 근로기준법의 존재를 알렸고,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바꿨죠. 임종린도 그러합니다. 포켓몬 빵이 불티나게 팔리는 세상에서, 목숨 걸고 굶어가며 피카츄 스티커 뒷면에 노동자의 눈물과 기업의 횡포가 있음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렇게 노조할 권리라는 게 뭔지 다시금 생각하게 했죠. 결국, 우리는 바보 같은 송곳에 빚지고 사는 셈입니다.

임종린과 전태일 말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송곳이 있습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횡포에 맞서다 목숨을 끊은 염호석·최종범, 현대차 하청 기업에서 노조탄압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다 자살한 한광호, 이외에도 언론에서 단신 처리했을 여러 이름과 세상에 그 죽음조차 전해지지 않았을 수많은 사람. 이들은 끝내 목숨으로 자본의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