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 제국에 맞선 임종린의 53일

53일간 이어오던 단식을 끝낸 임종린 씨(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장)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다. SPC그룹은 업계 1위 파리바게뜨뿐 아니라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SPC삼립을 거느린 제빵 제국이다. 임 지회장은 제빵 제국에 맞서 부당노동 행위 및 노조 탄압에 대한 사과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임종린 지회장이 겪어온 투쟁의 역사를 알아보기 위해 alookso는 5월 14일 양재역을 찾았다. 

저 되게 ‘회사 사람’이었어요. ‘회사 마인드로 일 못 할 거 같으면 그만두면 되지, 왜 불만을 얘기해.’ 그러던 사람이었어요.

임종린 씨는 뜻밖의 첫마디를 꺼냈다. 뼛속까지 직장인이었다던 그가 노동운동가가 된 계기는 2017년 즈음에 찾아왔다.

신입 제빵 기사 교육하는 일을 2년인가 3년인가 했어요. 신입 사원 한 명을 2주 교육하면 인센티브가 10만 원 나왔거든요. 그러다 한번은 위에서 연락이 왔어요. 다음 달 월급에서 받았던 수당을 다시 돌려받겠다는 거예요. 석 달 안에 퇴사하거나 다른 점포로 이동한 사원이 나오면 교육 실패로 보고 교육 수당에서 5만 원씩 다시 가져가겠대요. (2명이니까) 10만 원을 빼가겠대요. 그동안 교육하면서 신입 제빵 기사들 밥 사주고 실수하면 제 돈으로 물어주고 했거든요. 회사에서 시키지도 않는 부분까지 그렇게 열정 가지고 했는데, 이렇게 돈을 빼간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고 화가 나고…

나쁜 기업은 곳곳에 작고 많은 덫을 깔아놓는다. 만 명을 상대로 만 원씩만 뜯어도 일억이다. 당한 입장에선 불쾌하지만 받아내는 시간이 더 아깝기에 참게 된다. 파리바게뜨의 몇몇 점주들은 제빵 기사가 빵을 태우면 ‘짬처리’를 시킨다. 먹지도 못할 빵을 돈 주고 사게 하는 것. 회사에서 나온 실수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노동자는 단순히 불쾌함을 넘어 더럽고 치사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파리바게뜨는 이를 생각지 못했다. 임종린 지회장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고, 정의당의 비정규직 노동 상담 창구, 이른바 비상구를 찾아 그간 겪었던 일을 몽땅 풀어놓았다. 2017년 4월 20일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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