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지나 쓰는 여행기2_자유의 땅으로
2022/04/27
고산병을 느낀 건 포탈라궁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눈앞에 펼쳐진 가파른 오르막 계단에 몸이 먼저 긴장을 했다. 수많은 티벳탄과 관광객들에게 밀리고 밀려 간신히 빠져나온 조캉사원을 지나 포탈라궁에 도착한 터였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는데 처음으로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병세는 없었지만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단 것처럼 몸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고산병이었다. 그 정도인 게 다행스러웠다.
조캉사원과 포탈라궁, 화려한 건물과 온통 금으로 도배된 불상을 마주할 때마다 종교란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권위를 돈과 규모로 쌓으려는 사람들. 티벳의 독립을 지지하면서도 종교가 지배한 세계와 그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민생은 뒤로 하고 세운 허물들은 결코 동의를 하기가 어려웠다.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세계는 늘 궁금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든다. 내가 결코 종교적인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라싸의 시간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얌드록 호수였다. 티벳에는 호수가 많다. 히말라야에 쌓인 빙하가 녹으며 고인 물. 버스에서 내려 이 호수를 처음 바라본 순간 내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빛의 느낌이 그곳에 있었다. 맑은 물빛에 비해 생명이라곤 없을 것만 같았던 비현실적인 호수. 장엄한 풍경 앞에 할 말을 잃고 넋을 놓은 채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달라이라마에 이어 서열 2위인 판첸라마가 다스리는 시가체를 지나 향한 곳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