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을 걷는 시간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09/12
산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화창한 날에 따사로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데 없이 좋다. 대학생 때는 수업을 마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종종 담쟁이덩굴로 둘러쳐진 학교 건물 앞이나 호숫가 앞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았다. 또 가끔은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사범대 앞 잔디밭에 모여 앉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는 출퇴근에 바빠 한낮의 산책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점심을 먹은 후에라도 잠깐 짬을 내어 동료들과 함께 교정을 한 바퀴씩 돌곤 했다. 결혼 전에는 저녁 시간에는 대부분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서울의 여기저기를 바쁘게 돌아다녔고, 그것만으로도 너끈히 만 7천 보 이상을 넘기곤 했다. 언제나 정신없이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에 에너지를 충전받는 타입이나 즐거운 동시에 왠지 모를 허전함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선택한 건 혼자만의 밤 산책이었다. 밤 산책이라고 해도 거창한 게 아니라 집까지 가는 마을버스 대신 천천히 걸어서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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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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