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과학 이야기 18 사카린과 MSG

박재용
박재용 인증된 계정 · 전업 작가입니다.
2024/04/13
우리나라 음식에선 주식인 밥을 빼곤 모두 조미료가 조금씩 들어갑니다.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국물 맛을 위해 표고나 다시마, 파뿌리, 양파 껍질 등으로 육수를 내고, 멸치나 디포리 같은 생선을 우리기도 합니다. 조금 사는 집에선 사골이나 양지머리 같은 걸 쓰기도 했지요. 다진 마늘, 고춧가루, 소금, 설탕 등도 음식의 맛을 돋구어주는 조미료입니다.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는 산초나 제피 후추 등을 썼지요. 

그러나 이런 조미료를 쓰자면 좀 성가십니다. 품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20세기 초 기적의 제품이 나옵니다.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가 다시마가 어떻게 국물 맛을 좋게 하는지에 대한 연구 끝에 글루탐산이 비결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마에서 이 성분을 추출하려니 여간 많은 다시마가 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밀에서 이 성분을 뽑아내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합니다. 그리고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과 결합시켰지요. 바로 L-글루타민산 나트륨, MSG(Mono Sodium Glutamate)의 탄생입니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요. 육수를 내기 위해 표고며 다시마, 멸치, 소고기나 사골을 산다는 건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그 때 혜성처럼 등장한 아지노모토(味の素:맛의 정수)란 이름의 이 MSG는 선풍처럼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고기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데 국물에선 소고기맛이 났지요. 특히나 평양냉면의 경우 소 양지로 맛을 내야하는데 그게 어디 좀 비쌉니까? 아지노모토를 좀 뿌려주면 소고기 몇 근이 절약되니 안 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미원이란 이름의 MSG 조미료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일제당이 미풍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붙었지요. 저도 어려서 콩나물국이나 황태국을 끓일 때 마지막에 미원을 조금 넣어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렇게 우리 식탁을 한층 업그...
박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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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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