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의 입춘(立春)살이(2024) | 파괴와 창조의 동풍은 내 마음속에서
2024/04/24
오늘도 어김없이 절기살이의 바이블과 같은 <절기서당>을 펼쳐본다. 올해로 3년째 홀로 절기살이를 하면서도 아직 스스로 절기를 느껴내진 못한다. 여전히 많은 시간 해를 보지 못하고 계절을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으로, 주말엔 이 주말이 끝나지 않길 기도하며 핸드폰의 무한 스크롤을 내리는 평범한 도시민으로 산다. 절기가 어쩌고, 요가가 어쩌고 멋진 글을 후딱 꺼내며 그럴듯한 절기 일기를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나라는 것을 인정했던 입춘. 그래도 그런 덕에 늘 이 책을 끼고 살며 필사적으로 필사한다. 이런 삶에서도 입춘과 나의 접점을 찾기 위해.
올해부터는 혼자 절기살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와 함께 절기살이를 하겠노라 다짐하여 절기 요가 수업도 론칭하고, 제철활동클럽도 만들었다. 물론 그 이후 내 삶에 큰 변화가 왔다든가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기 위해 가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그렇게 게을렀는지 지난 시간에 나를 질타했지만 입춘의 끝에서 겨우 그 해답을 찾았다.
<절기서당>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소제목은 '파괴와 창조, 동풍이 여는 봄'이었다. 몇 번을 읽어도 파괴와 창조라는 말은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창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 최고의 칭찬은 아이디어가 좋다 혹은 창의적이라는 말이었다. 깊게 공부하는 것보다 여러 갈래를 공부해서 그것을 융합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나를 꿈꿔왔다. 하지만 어느순간 융합은커녕 한 가지에도 깊게 몰두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돈이나 경력보다 다양한 경험을 더 중시하는 낭만있는 청년이라며 호언장담하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돌아보니 애매하게 배우는 데에 시간만 쓰다 남은 게 없는 사람이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일찌감치 취업해 직장인으로 자리를 잡은 친구, 오랜 공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