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엘리베이터
2023/12/05
가면 갈수록 쓰는 게 어려워진다는 말이 무엇인지 요즘 절감하고 있다. 아까부터 한참을 앉아 키보드 자판을 두들겨도 이렇다 할 쓸 거리가 없다. 생각나는 것들을 검색하고 문장으로 만들려고 노력해 보아도 어쩐지 허공에 흩어지는 말들만 가득한 것이 아무래도 오늘은 슈퍼패스를 써야 하는 날인가 싶다.
영 진도가 나가질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한 시간 남짓 쓰던 글을 버려두고 일어났다. 본래 무엇이 막힌다 싶으면 설거지하는 버릇이 있다. 시원한 물에 손을 담그고 뽀득뽀득 그릇들을 씻어내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진다. 스트레스가 좀 더 쌓이면 설거지에 집 안 대청소까지 당장 할 일 목록에 추가된다. 깨끗이 설거지해 두고, 집 안 청소까지 모두 마친 후 먼지로 가득한 나까지 씻고 나면 그제야 좀 개운해지는 것 같다. 오늘은 다행히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
지저분한 싱크대를 깨끗이 정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서기로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 오늘 산책을 패스했었다. 내가 나가는 걸 귀신같이 눈치챈 우리 집 강아지는 같이 가겠다고 찡찡거린다. 찬바람으로부터 목을 보호해 줄 마스크를 장착하고, 9kg이나 나가는 강아지를 한쪽 어깨에 얹고 나니 준비 끝이다. 물티슈 몇 장으로 음식물 쓰레기봉투 끝을 위태롭게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간다.
우리 아파트에는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버튼의 센서를 하나로 연결하는 공사 후부터 어떤 버튼을 눌러도 가까운 쪽의 엘리베이터가 먼저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