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란트 · 아무말을 합니다
2023/12/07
I. '민주화 세력'과 역사의 아이러니

영화 <서울의 봄>은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대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의 악행도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의 봄>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진보 편향 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오늘날 '반독재'가 곧 '민주-진보'의 정체성으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러한 '개발독재의 후예 국민의힘'과 '민주화 세력의 후예 더불어민주당'의 '역사 전쟁'이 미래지향적인 정치적 경쟁을 방해한다는 주장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민주당 계열이 '반독재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한 것도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잠깐 역사의 아이러니를 하나 보고 가자.
영화 <서울의 봄>에서 임철형이 분한 '강 실장' (출처: 영화 <서울의 봄> 중)
이 사람의 실제 모델은 12.12 당시 당시 대통령경호실장 직무대리였던 정동호 준장이다. 그는 이후 육군참모차장을 역임하며, 전역 후에는 민주정의당-자유당에서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한데 좀 뜨악할 만한 경력이 하나 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새천년민주당 정동호 후보의 포스터 (출처: 선관위)
그는 1993년 14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 재산공개 파동의 여파로 민주자유당에서 쫓겨난 후 15대 총선에 불출마하며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였다가, 느닷없이 국민의 정부 시기였던 2000년, DJ 휘하의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원 지역구 의령·함안에 출마한다. (물론 낙선한다.) 12.12 쿠데타의 주요 가담자 중 하나가 민주화 세력의 후예를 자처하는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나선다니 이게 말이나...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주로 한국 정치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자유롭게 써보고 싶습니다.
25
팔로워 53
팔로잉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