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판공성사를 포기하다

빛무리
빛무리 ·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23/12/15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태어난 이후 수십년 동안 천주교회는 나의 집이었다. 천주교 신앙은 나에게 생명과도 같았고, 이제껏 한 번도 내가 천주교회를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1년 넘게 성당에 나가지 않고 있다. 꿈에도 상상 못 했던 냉담자가 된 것이다. 
   
수백 명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공공연히 기도하며 사람들을 선동까지 한 천주교 신부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행동을 했던 성공회 신부는 가차없이 면직을 당했다. 성공회 주교단의 결정은 매우 합당하고 당연한, 그래야만 하는 일이었다. 감히 그런 행동을 하는 인간의 사제 직분을 유지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전교구의 김종수 주교는 면직(파문)이 아니라 ‘정직’ 처분을 내림으로써 박주환의 사제 직분을 유지시켰다. 잠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쉬고 있을 뿐’ 비행기 추락을 기도했던 박주환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가톨릭의 사제인 것이다. 
   
김종수 주교는 말하길 “박주환 신부는 무릎 꿇고 뉘우치며 사죄하였다”라고 했는데, 박주환 본인이 대중 앞에 나서서 자기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거나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바로 그 전날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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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국문학과 졸업. 출판사 편집실 근무. 월간 마음수련 외부 필진. 티스토리 블로그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를 2009년부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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