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투쟁은 비장애인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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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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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전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나도 닉네임 있는데, ‘어깨꿈’”

명함을 주고받고 박경석 대표가 건넨 말입니다. 어떤 뜻이냐고, 유쾌한 말투에 가볍게 되물었다가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깨질 꿈’. 비장애인이었던 시절 꾸었던 꿈들은 어차피 깨질 것이었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였습니다.

박경석 대표는 스물네 살 때 행글라이더 추락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이후 5년간 집에서만 지내다 죽기 위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러다 보니 살게 됐습니다. 살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야학 교사가 됐고, 가르치다 보니 싸우는 사람이 됐습니다. 어차피 깨진 꿈은 그를 완전히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습니다.

박 대표의 싸움은 올해로 22년째입니다. 애증의 정치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박 대표일 것입니다. 수없이 실패하고 실망했을 터지만, 정치를 논하며 그가 가장 많이 말한 단어는 ‘자부심’이었습니다.

10월 25일, 혜화의 전장연 사무실에서 박경석 대표를 만났습니다. 장애인 정치의 현주소와 그가 경험한 정치의 힘에 대해 물었습니다.



낙인과 갈라치기, 정치의 전략


지난해 지하철 시위 이후 언론과 시민들의 태도가 변화했다고 느끼시나요?

언론은 기본적으로 보도 빈도가 높아졌죠. 보도에도 여러 유형이 있을 거 아닙니까. 어떤 언론은 굉장히 시혜적으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라고 할 수도 있고, 대놓고 비난하는 언론도 있고, 시민의 불편을 강조하는 곳도 있을 거고, 객관적인 사실 보도나 심층 분석 등 여러 타입이 있는데 모든 유형의 빈도가 늘어났어요.

지난 22년간 비슷한 방식의 투쟁들이 꽤 많았는데 왜 이제야 큰 이슈가 됐을까요. 출근 시간였기 때문이에요. 출근 시간에 타는 건 그동안 저희가 상상도 못 한 일이었거든요. 비장애인들이 출근하는데 감히 거기까지 갈 수 있냐는 거였죠.

올해는 지난해보다 언론 보도는 줄어들었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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