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하는 말' 사이 어디쯤에서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09/21
얼마 전 <유퀴즈 온 더 블럭> 강동원 편을 봤어. 강동원에게 사회자가 질문을 했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냐는 취지의 물음이었어. 그는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재밌는 스토리인지, 소재가 신선한지, 그리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고 답했어. 아주 어릴 때였으면 그 답변에 조금 실망했을지도 몰라. 손익분기점이라니. 배우가 작품성을 보는 게 아니라 돈을 본다는 게 좀 별로랄까. 그런데 얼마 전의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그만큼 중요한 게 없으니 말이야. 오늘은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해.
이미지 출처 unsplash
1. 자유로운 창작 활동?

글을 쓰고 싶었어. 그게 명확히 어떤 글인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막연히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아. 아니, 명확히 말하면 '작가'를 직업으로 인식하지도 못했던 시절이었을 거야. 글을 써서 생계를 꾸린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글을 쓰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도 했어. 그렇게 멋진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그러니 나는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꿈꾸던 다른 직업 역시 글과 무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해내는 소설가나 극작가와는 전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어쩌다 보니 어릴 때의 꿈을 다시 집어들게 된 나는, 시나리오 수업을 듣고 소설 강의도 들었어. 특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건 투자가 안 돼' 였던 것 같아.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냐는 질문에 겨우겨우 생각해서 말을 뱉으면, '사이즈가 작다', '너무 잔잔하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기 일쑤였고. 절대 멜로는 안 되고, 무조건 장르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피로하고 슬퍼졌어. 내가 설 곳은 여기에도 없는 건가, 하는 생각에.

물론 강한 서스펜스의 추리 이야기도 좋아하긴 해.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강한 긴장감이나 자극은 힘들어서 잘 견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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