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인가 역적인가? 천책상장의 선택

정재웅
정재웅 인증된 계정 · 금융공학 박사, 변절 빌런
2023/01/18
군주제에서 군주와 신하 사이의 적층적 혹은 이원적 권력 구조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신하보다 군주의 친족이 그 권력을 차지했을 때 더 심각하게 불거진다. 신하의 경우, 물론 역성혁명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군주가 어지간히 폭군이거나 국가가 심각한 국가막장테크를 타지 않는 이상은 국가 권력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군주의 친족이면서 권력 구조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건 국가 권력 구조가 뒤집어질 위험성이 크다. 신하가 일으키는 역성혁명은 어지간한 폭군이나 국가막장테크 상황이 아닌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지만, 같은 가문에서 군주가 바뀌는 것은 천명이 바뀌는 일이 아니기에 정당화가 더 쉽기 때문이다. 

군주의 친족이 국가의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는 다시 두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친족이 왕 혹은 공신으로 봉해졌는데 그 세력이 막강하여 조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우이고, 둘째는 그 친족이 조정에 출사하거나 혹은 섭정 등으로 국정에 관여하는 경우다. 첫째의 대표적 예가 당 태종이 되는 진왕 이세민 혹은 명 성조 영락제가 되는 연왕 주체, 둘째 경우가 청 의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 그리고 이 둘이 복합된 예가 조정 수양대군이다. 

먼저 그렇다면 진왕 이세민과 연왕 주체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많은 경우, 역성혁명을 일으키는데 있어 가장 큰 공을 세우는 사람은 창업군주의 친족에서 나온다. 송 태조 조광윤의 건국에 있어서 가장 공이 큰 사람 중 하나는 진왕(晋王) 조광의였고, 조선 태조 이성계의 건국에 있어서는 정안공 이방원이었다. 이는 당과 명도 마찬가지다. 수의 안주총관(安州總管) 태원유수(太原留守) 당국공(唐國公) 이연이 역성형명으로 당을 건국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천책상장(天策上將, 하늘이 내린 뛰어난 장군) 진왕(秦王) 이세민이었고, 명 홍무제 주원장에게 있어서는 북원의 침략을 막고 북방을 안정시킨 연왕(燕王) 주체다. 

이처럼 뛰어난...
정재웅
정재웅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금융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 정책이 금융시장 발전에 끼친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거쳐 금융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 "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이 있습니다.
23
팔로워 358
팔로잉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