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가 말하는 슐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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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1956년의 찰스 슐츠 (이미지 출처: Wikimedia)

지난주 11월 26일은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이 등장하는 만화 피너츠(Peanuts)를 그린 찰스 슐츠 (Charles M. Schulz)가 태어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0년 2월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슐츠는 1950년에 처음 그리기 시작한 피너츠 시리즈를 죽기 직전까지 (마지막 피너츠는 그가 세상을 떠난 바로 다음날 신문에 등장했다) 무려 반 세기 동안 그린 전설적인 만화가였다. 찰스 슐츠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세계일보 칼럼과 오터레터에서 '친애하는 슐츠 씨 ①, '로 소개한 적이 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여성의 운동경기 참여와 미국에서의 인종 문제를 보는 슐츠의 시각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위의 글을 쓰면서 내가 찰스 슐츠라는 인물을 잘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피너츠 만화를 즐겨 봤고, 아이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 산타로사(Santa Rosa)에 있는 슐츠 박물관까지 다녀왔지만 거기에서 본 건 그가 일하던 작업실과 그가 사용하던 물건, 그리고 피너츠 만화의 변천사였지,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된 건 아니다. 1922년에 태어난 백인 남성이 여성과 인종 문제에 그 정도로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건 드문 일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이런 문제 해결에 몸을 던진 운동가는 아니었다.
슐츠 박물관이 있는 캘리포니아 산타로사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살던 동네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글쓴이)
찰스 슐츠의 이야기, 특히 해리엇 글릭먼과 주고받은 편지 내용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그가 열정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차분하고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 성격이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그래서 남들과 다른 결론에 도달해도 개의치 않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건 내가 받은 단편적인 인상이지 그가 스스로 자신을 그렇게 설명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슐츠의 생각을 그의 목소리로 듣게 될 기회가 생겼다. 내가 즐겨 듣는 NPR(미국 공영 라디오)의 프로그램인 프레시 에어(Fresh Air)에서 1990년에 그와 했던 인터뷰(가 있었는지 나는 몰랐다)를 탄생 100주년에 맞춰 방송한 것이다. 그 인터뷰를 듣고 나서 찰스 슐츠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슐츠에 대해서는 몰랐던 부분이 채워졌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고, 그가 그린 만화 피너츠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피너츠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만화가 슐츠의 분신들이었다. 인터뷰의 진행자 테리 그로스(Terry Gross)는 주인공 찰리 브라운을 "우울하고 자신감이 없는(depressed and insecure)" 아이라고 소개하는데,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 아이가 슐츠를 가장 많이 닮은 등장인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대표적인 대사가 아래 영상에 등장한다. 1965년에 TV 만화로 발표된 '찰리 브라운 크리스마스' 도입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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