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를 할 때 드는 생각

ACCI
ACCI · 글과 글씨를 씁니다.
2023/02/08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대부분 별 생각이 없긴 하지만 가끔은 생각을 하는데 그중 기억나는 하나:

대붓을 먹에 쿡 찍어 줄줄 흐르는 상태로 캔버스에 천천히 옮겨오는 과정에서
줄줄 흐르던 먹은 줄기에서 방울로 서서히 잦아든다.
  
뚝. 뚝.
나름 큰 소리까지 내어가며 큰 붓에 걸맞게 큰 점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것들이 점 치고는 크다 보니

점인지
선인지
면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은 그 퍼포먼스를 한 날부터 한동안 재밌는 공안(公案)으로 남아있었다.

물론 유클리드가 내가 이것을 공안 삼지 못하게 미리 점선면의 정의를 내려 놓았지만 소용없었다.

그건 내게 개인적 의미가 없었다. 남이 찾아놓은 보편성이 내 법계에서도 보편적이려면 체득적 앎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나는 또 굳이 먹방울을 다양하게 떨어뜨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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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음악, 인문, 산책에 심취하며 캘리그래피와 통/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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