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김어준, 마이클 무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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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글을 쓰거나 영화를 만들 때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원칙을 꼽자면, 결국 중요한 것은 ‘독자나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다.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고, 논리로 설득할 수도 있다. 방법이 무엇이든 결국 제작자의 목표는 이야기를 전달해 관객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는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무어는 관객을 끌어당겨서 자신에게 동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누구보다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동시에 마이클 무어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감독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미국의 김어준' 같은 사람이라고 할까? 《화씨 9/11》, 《식코》와 같은 무어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중립성 따위는 내던져버린 것 같지만, 어쨌든 영화는 정말 재미있고 쉽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는 어느새 그의 세 치 혀에 홀랑 넘어가 버리고 만다. 도대체 마이클 무어는 누구일까? 무어는 어쩌다 미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감독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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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서 트럼프까지, 공화당 '담당 일진'

무어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화씨 9/11》(2004)이다. 9/11 테러를 겪은 부시 행정부가 얼마나 성급하게 대책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지 비판할 뿐만 아니라, 9/11 테러에 부시 대통령이 연관돼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부시를 조롱하는 영화다. 선거 기간 개봉했던 만큼 부시의 재선을 막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영화였다. 때문에 누군가는 그의 영화를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비판했지만, 매운맛을 잔뜩 섞은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무어는 정치적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비판한 《식코》(2007), 미국 기업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자본주의: 러브스토리》(2009)가 대표적이다. 비교적 최근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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