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 순간에 밑줄을 그을 수는 없지만 -

김싸부
김싸부 · 한줄로 소개 못함
2022/09/29


20대 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책 중 하나는 어떤 ‘명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한 장 한 장을 펼칠때마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이, 단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버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 밑줄을 그었는데 결국에는 몇 장 읽지 못한 채 덮어버리고 다시는 읽지 못했다. 

   이상했다. 분명 반짝거리는 말들만이 모여있었는데 스쳐 지나갈 때는 무척 달콤했으나, 그 잠깐의 달콤함이 끝이었다. 어떤 문장들도 마음에 오래 머물지 않고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글을 읽고, 또한 쓰다 보니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진정 좋은 글이란 수없는 좋지 않은으로 치부될 만한 평범한 문장들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때 더 빛나게 되는 것이라는 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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