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프레이
킵프레이 · 고구마향기
2021/11/22
초등학교 때 제 짝이 갖고 있던 책받침에 지옥도가 있었습니다. 당시 애들이 왜 그런 책받침을 갖고 있었는지는 잘 몰라요. 죄인들을 끓는 항아리에 넣어서 끓이고, 긴 나무 판 위에 날카로운 침을 박아서 그위에서 사람을 올려놓고 고문하는 그림. 혀를 길게 뽑아서 소가 쟁기를 끌고. 여러명의 죄수들이 쇠사슬에 묶여서 채찍을 맞으며 어디론가 헛헛하게 끌려가는 모습.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덕분에 밤잠을 설쳤는데. 어머니를 따라 간 유명한 사찰벽에 그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어머니 손을 잡고 겨우 그 옆을 지났습니다. 또 교회에서는 '불신지옥'이라는 말로 죄가 많은 우리들을 떨게 만들었습니다. 지옥은 늘 우리 곁에 늘 가까이...

6편을 다 볼 때까지 지겨움을 느낄 수 없었던  '지옥'은 제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공포감을 자극했습니다. 아, 나도 벗어날 수 없다.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알 수 없는 검고 차가운 영역에, 사납고 무서운 길에 들어서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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